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은 지난 2014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정윤회씨가 이른바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비서관들을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세계일보가 보도하면서 터져나왔다. 이 문건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던 박관천 전 행정관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문건의 사실관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검찰은 이 문건이 허위라고 결론 내리고 청와대 문건을 유출했다는 혐의로 박 전 행정관을 구속기소하고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한모 경위 등 2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최모 경위가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이어졌다. 당시 정윤회 문건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됐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까지 당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조 수석의 발언에는 중요한 키워드가 하나 있다. “민정수석실이 조사를 한다”는 부분이다. 조사 주체가 검찰이 아닌 민정수석실이라는 뜻이다. 현 민정수석실이 이전 정부의 민정수석실을 들여다겠다는 얘기다. 조사의 최종 타깃은 정윤회 사건을 덮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 우 전 수석은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민정비서관이었으며 이 사건을 잡음 없이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민정수석으로 승진했다.
민정수석실과 검찰 간 유착관계도 조사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만들고 검찰을 동원해 정국을 장악하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가 정윤회 문건 조사라는 것이다. 이 사건의 조사는 불구속기소된 우 전 수석에 대한 재수사와 검찰 내 우병우 라인에 대한 청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정윤회 문건 조사가 검찰 개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검찰 수뇌부의 반발을 잠재워야 하며 이를 위한 도구가 바로 ‘정윤회 사건 조사’라는 것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현 검찰 수뇌부는 정윤회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청와대가 정윤회 사건을 다시 들추면 검찰 수뇌부의 약점을 잡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재수사도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정치보복’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명연 한국당 수석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적폐청산을 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은 외면하고 유리할 것 같은 사안만 재수사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정치보복으로 의심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