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의 17번홀(파3)은 연못 속에 섬처럼 자리 잡은 솥뚜껑 그린으로 악명높다. 12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첫날에도 이 홀에서 정상급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 대회 역대 챔피언들로 같은 조에서 경기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애덤 스콧(호주)의 표정은 극명하게 대조를 이뤘다.
샷이 짧으면 물에 빠지기 쉽게 그린 앞쪽에 핀이 꽂힌 이날 가르시아가 먼저 티잉그라운드에 섰다. 125야드가량 되는 거리에서 52도 웨지로 티샷을 한 볼이 그린에 떨어져 홀을 살짝 지나치더니 뒤로 끌려 홀 속으로 사라졌다.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인 가르시아는 3오버파로 하위권에 머물다가 짜릿한 홀인원 한 방으로 공동 66위(1오버파)가 되면서 컷오프 걱정을 덜 수 있었다. 2013년에는 공동 선두를 달리던 최종일에 이곳에서 두 번이나 물에 빠뜨려 7타를 기록했던 가르시아다. 이어 가르시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스콧이 날린 티샷은 지면에 떨어진 뒤 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우레처럼 울려 퍼졌던 관중의 함성은 금세 탄식으로 바뀌었다. 6언더파로 질주하던 스콧은 2타를 까먹었고 이어진 마지막 18번홀(파4)에서도 티샷한 볼이 고약한 지점에 멈추는 불운 탓에 연속으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선두로 1라운드를 마칠 수도 있었던 스콧은 2언더파 공동 18위로 미끄러졌다.
첫날 선두에는 5언더파 67타를 친 윌리엄 매거트(미국)와 신인 매켄지 휴스(캐나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골프 ‘영건’ 김시우(22·CJ대한통운)가 3언더파 공동 7위에 올라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특급대회에서 산뜻하게 출발했다. 지난해 PGA 투어 첫 승을 거둔 그는 16번홀(파5)에서 313야드 드라이버 샷을 날리고 2온에 성공해 3.5m 이글 퍼트를 홀에 떨군 게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더스틴 존슨(미국)과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세계 1·2위 맞대결에서는 존슨이 1언더파로 1오버파의 매킬로이에 판정승을 거뒀다. 세계 3위이자 이 대회 사상 첫 2연패에 도전하는 제이슨 데이(호주)는 2언더파 공동 18위에 자리했다. 세계 6위 조던 스피스(미국)는 1번홀(파4)에서 그린 옆 벙커에 들어간 볼이 앞서 경기한 선수들이 모래를 정리하지 않은 곳에 놓인 탓에 더블보기를 범한 끝에 1오버파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