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총리의 성장론과 이 전 실장의 ‘개혁·분배론’은 곧잘 마찰이 있었고 이는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과 경제부처의 부조화로 이어지고는 했다.
청와대 비서실과 각 부처의 소통 부재로 인해 부총리의 말을 대통령이 주워담는 사례도 있었다. 역시 2003년 3월4일 김진표 전 부총리는 “앞으로 5년 내에 동남아 경쟁국보다 법인세율 부담이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 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재경부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조세형평이 후퇴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공정거래위원회 권한 강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네덜란드식 노사관계 개혁 등에서 갈등이 깊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의 누구에게, 어느 라인에 보고해야 할지조차 헷갈렸다. 간섭만 있고 결정은 없고, 보고만 받고 응답은 없는 게 당시 경제정책 라인이었다”고 회상했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조직 인선을 두고 과거를 떠올리는 관료들이 늘었다. 슈퍼 정책실장이 부활했고 경제보좌관·정책기획비서관·통상비서관 등이 신설됐다. 전직 경제부처의 한 장관은 “청와대를 슬림(Slim)하게 가지고 간다고 하더니 옛날보다 더 키워서 걱정된다”면서 “자칫하다가는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정책실장은 장관급이지만 권한과 역할은 그 이상이다. 2명의 보좌관(경제·과학기술), 정책기획·통상비서관 이외 일자리수석·경제수석·사회수석이 그 밑에 포진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어젠다를 총체적으로 관리·조율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정책·정무 역량을 겸비한 인사를 발탁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책실장의 경우 정책 능력뿐 아니라 정무적 감각을 갖춘 인물 위주로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용섭 전 의원을 유력한 정책실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경제부총리는 물론 여타 경제부처 장관들을 움켜쥐고 경제·사회정책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다. 사회수석에는 김수현 전 환경부 차관을 임명한 것도 경제부처들은 주목하고 있다. 김수현 신임 수석은 참여정부에서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내면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주요 정책을 입안했을 정도로 입지가 상당했다. 역할만 놓고 보면 왕수석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다는 게 관가의 판단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 수석의 역할과 권한에 훨씬 힘이 더 들어갔다”면서 “사회수석 밑에는 사회·교육문화·주택 등이 모두 들어가 있는데 해당 부처들과의 조율이 어떨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차관보급인 재정기획관의 역할을 두고도 기획재정부 내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청와대는 재정기획관을 역할을 “국가 재원 배분이 대통령의 정책 방향에 맞게 이뤄지도록 중·장기적인 재정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청와대가 재정을 관리하고 예산 편성에도 간여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어떤 역할을 할지 실체를 잘 모르겠다”면서 “좀 더 두고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런 이유 탓에 청와대·부처 간의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시선도 많다. 경제부처의 한 관계자는 “경제정책에 관여하는 곳이 경제수석, 일자리 수석, 경제보좌관, 정책기획비서관, 통상비서관에다 총괄하는 정책실장도 있다”며 “일자리위원회도 따로 생길 텐데 참여정부 때 시끄러웠던 일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 첫발을 떼지도 않았는데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각 수석이 소관부처 의견만 강하게 관철해 정책 조율이 안 된 측면이 있었는데 의제 중심으로 비서실이 개편되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관계자도 “정책실장이 생겨 힘이 셌던 경제수석과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태규·서민준기자 classic@sedaily.com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