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미중 100일 계획’에 합의하며 새롭게 밀월 관계를 형성한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15일 싱가포르 연합조보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에서 폐막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한 매슈 포틴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전날 열린 인프라연계 분과 토론에서 “미국 기업은 이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주중 미국대사관에 일대일로 사업의 협력과 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설치됐다고 밝혔다. 포틴저 선임보좌관은 포럼에 참가한 미국 대표단 단장을 맡았다.
새로 꾸려진 TF팀은 주중 미국대사관과 미국 상공단체가 공동 구성한 것으로 미국 기업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지원하는 업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틴저 보좌관은 또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을 발판삼아 각국의 경제적 연대가 강화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중국이 이 프로젝트에 해외 민간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출 것을 촉구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기업은 일대일로에 필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능력이 있다”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실현한 오랜 경험과 우수한 실적을 갖고 있다”고 미국 기업의 강점을 부각시켰다.
실제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군침을 흘리는 미국 기업들은 적지 않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중국 내 인프라 사업을 위해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 규모의 천연가스 터빈과 기타 발전설비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며 씨티은행은 앞서 중국은행(BOC)이 일대일로 지역에서 영업망을 구축하기 위해 추진하는 30억달러 회사채 발행의 주간사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의 적극적인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는 이념적 색채가 옅은 트럼프 행정부의 사업가적 기질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딩리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 출신이고 미국 정부는 특별한 사상이념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일대일로 구상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참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