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으로 자회사 요건 강화 등 지주회사 규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LG가 앞선 지배구조 개편으로 관련 이슈에서 벗어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주요 규제의 대상에서 한발 비켜 있는데다 당분간 지배구조 개편 등의 불확실성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력 자회사의 실적개선과 두둑한 현금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초 기록한 52주 최저가(5만6,200원) 대비 25.8% 상승한 7만원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주에는 삼성전자(005930)·현대자동차 등 지주회사 관련주를 주로 매수한 기관투자가가 260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주요 순매수 종목에도 이름을 올렸다.
재벌개혁을 내세우며 주요 지주회사의 희비를 가를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주요 쟁점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요건 강화 △기존 순환출자 규제 강화 여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의 자사주 활용 제한(상법 개정안) 통과 여부 등이다.
우선 자회사 요건 강화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기존 상장 자회사 보유지분을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확대해야 한다. SK(034730)그룹의 경우 이 요건 강화가 현실화할 경우 약 4조7,000억원의 해소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LG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지만 이미 LG전자(066570)(33.7%), LG화학(051910)(32.5%), LG유플러스(032640)(36.1%), LG생활건강(051900)(34%) 등 주요 자회사 지분보유율을 30% 이상으로 맞추고 있어 해당 사항이 없다.
또 순환출자고리에도 걸리지 않는다. 신주 발행을 통해 얼마든지 자본을 늘릴 수 있다. 반면 현대차(005380)그룹은 순환출자 규제 강화가 실행되면 약 5조~6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도 약 1조5,000억원의 해소비용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삼성은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완전 철회했다. 자사주도 모두 소각하기로 해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친화정책으로 상법 개정안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중대표소송제·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등 대주주 지배력을 견제하고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는 공약을 내놓으며 일찌감치 대기업의 주주친화정책과 관련해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지주회사의 주가 흐름을 좌우하는 주력 자회사의 실적개선은 문재인 정부 이후 LG의 주가 매력을 높였다. LG전자는 스마트폰사업부 적자 축소로 올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스마트폰사업의 개선이 진행 중”이라며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법인세율이 지속 안정화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화학도 올해 전 사업부에 걸쳐 뚜렷한 실적개선이 전망된다. 전유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로 고부가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 업황과 무관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LG는 자회사 실트론 매각대금을 활용한 인수합병(M&A) 등 다른 지주회사와는 차별화된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 LG는 올 하반기 실트론 매각대금을 수취하면 올해 말까지 1조원 내외의 현금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성장동력인 전기차 밸류체인 강화와 고객사 다변화에 사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글로벌 부품업체 등 자동차 관련 업체 M&A 가능성을 높게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논란이 됐던 LG전자의 하청업체 손실 전가 등은 여타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재벌의 갑질 횡포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원회 조사국을 부활시켜 재벌의 불공정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