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89)가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이 수여하는 ‘이화기독여성평화상’을 수상했다.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은 16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내 교회 소예배실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초청 영화상영 및 이화기독여성평화상 수여예배’를 개최했다. 길 할머니는 UN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전 세계에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데 온 힘을 기울였으며, 국내·외 각종 재난에도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구마모토 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기부금을 보내며 이재민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이에 이화여대 신학대학원은 이번에 신설한 이화기독여성평화상의 수상자로 길 할머니를 선정했다.
이날 시상식에 길 할머니가 참석했지만 고령의 나이로 연설하기 어려워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와 길 할머니가 서른 살 무렵 입양해 키운 황성희 목사가 대신 축사를 전했다. 윤 대표는 “할머니의 삶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지 않게 따뜻하게 손잡아주어 고맙다”며 “해방은 가해자들이 준 게 아니라 피해자들과 그 공동체가 만들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길원옥여성평화상을 만들어 평화통일에 기여한 여성활동가에게 시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목사는 “달걀장사와 채소장사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나를 키웠다”며 “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나도 실천하고 싶어 만 3세가 안 된 어린 여자아이를 입양했다”며 말했다. 이어 조경열 아현감리교회 목사와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연구를 지원했던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도 자리를 함께했다.
고령의 나이에도 길 할머니는 오는 22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독일을 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