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 정상이 정기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외교’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역사와 영토 문제로 대립해 온 양국 관계 개선에 물꼬를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아사히신문은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셔틀외교 제안이 담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친서에서 “앞으로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면서 상호방문을 지향하자”는 뜻을 밝혔다. 니카이 간사장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포럼 참석차 방중했다.
아베 총리는 또 친서를 통해 양국이 전략적 호혜 관계를 지향하는 동시에 모든 분야에서 안정적인 우호 관계를 구축하자는 점을 강조하며, 그 연장 선상에서 북한문제와 테러대응 등의 협력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시 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에 대한 높은 평가도 함께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총리는 앞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해서도 공정한 거버넌스 확립 등 의문점이 해소된다면 일본의 가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총리관저 고위 관계자는 올해가 중일 국교정상화 45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인 만큼 “(양국 관계가) 과제를 떠안고 있지만 양국이 협력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에 대한 일본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중 간 공조 움직임이 가시화하자 일본이 고립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측도 일본이 내민 손에 화답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의 방일 초청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시 주석의 답변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를 분명히 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 틀 안에서 중일 협력사안 논의를 환영할 것이라는 시 주석의 말을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은 니카이 간사장 등 일본 대표단에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헌법 개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등 양국 간 갈등의 골이 쉽게 메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