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원자력기술 수출을 위해 인도와 추진했던 원자력협정 비준안이 일본 중의원을 통과했다.
17일 아사히신문은 일본과 인도 간 원자력협정 비준안이 전날 중의원에서 가결됐으며 이번 국회 회기 내 상원 격인 참의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아베 신조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양국 안보·경제협력 방안 중 하나다.
일본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미가입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는 지난 2008년부터 핵실험 일시중단을 발표했지만 NPT 가입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인도와의 협정 교섭과정에서 협정 본문에 ‘핵실험을 하면 협력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넣자고 주장했지만 인도의 거부로 협력중단 조항도 명기되지 않았다. 이는 일본이 베트남·터키 등과 체결한 원자력협정에 핵실험 시 협력중단 조항을 명기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인도와의 협정 체결로 일본의 핵 군축과 핵 비확산 정책이 큰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핵 트라우마’ 日, 원자력 수출 이유
원전기업 대지진 후 일거리 없어
경제 성장 가파른 인도 개척 나서
2차 세계대전 당시 피폭 등으로 핵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일본이 NPT 미가입국인 인도와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는 데는 경제적 실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규모가 늘어나고 있는 인도는 대규모 전력공급과 기술이 필요하고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국내 판로를 잃은 일본 원전 관련 기업들은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어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인도는 경제발전을 위해 오는 2032년까지 원자력 발전용량을 6만3,000㎿로 확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전 기업들을 지원하려는 경제산업성과 총리의 뜻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일본 측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일본과 인도가 손잡고 아시아태평양 일대를 ‘자유와 법의 지배,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지역’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전략’이라는 새 외교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