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의 ‘돈봉투 만찬’을 두고 감찰이라는 강공에 나선 배경에는 인적쇄신에 대한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적 질타를 받고 있는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규명함으로써 ‘○○○ 사단’이나 ‘△△△ 라인’이라는 검찰 내 인사 적폐부터 도려내겠다는 것이다. 인적쇄신을 위해 검찰 내의 오랜 폐단부터 손을 대기로 한 셈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새 정부가 법무부·검찰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을 출발점으로 검찰개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검찰·법무부 간 돈봉투 만찬 사건에 대해 감찰을 지시하면서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은 격려금 출처와 이유다. 자금이 적법하게 처리됐는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는지도 감찰 대상으로 꼽았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20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격려금을 준 시기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기소한 지 나흘밖에 지나지 않은데다 돈을 받은 대상자가 검찰국 1·2과장으로 검찰 인사를 책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격려금을 단순히 검찰 하급자나 후배에게 전달한 게 아니라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게다가 안 국장은 법무부와 검찰 내에서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이석수 전 감찰관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은 지난해 8월25~28일을 포함해 같은 해 7~10월 우 전 수석과 윤장석 대통령 민정비서관이 1,000여차례 통화한 사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적절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감찰 지시를 두고 인적쇄신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시기나 대상 때문”이라며 “대상이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 검사 등이라 앞으로 인사 폭풍과 연관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인적쇄신을 신호탄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인적쇄신에 대한 첫 번째 대상이 우병우 사단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 정권에서 우 전 민정수석이 검찰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던 만큼 그를 둘러싼 측근이 인사 폭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가 “이것이 우병우 수사와 관련이 있다, 없다는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감찰을 통해 우병우 사단에 대해 칼날을 들이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다른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정치검찰’이라 비판하며 적폐청산 1순위로 검찰을 지목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오랜 인사 적폐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감찰을 통해 각종 비위가 드러날 경우 인적쇄신은 물론 문 대통령이 제시한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공수처 신설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 조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현덕·진동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