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대미·대일특사단이 17일 출국하며 한반도 주변 4강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반년간 이어진 정상외교 공백의 후유증을 수습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첨예한 외교 현안의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만큼 이번 특사단 파견은 문재인 정부 외교력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일본특사인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나란히 출국했다.
홍 특사는 인천공항에서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제일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과 북핵 해결 방법 공유, 서로의 이해를 높이는 문제”라며 “북핵 문제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두 분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많은 공통 인식이 밝혀졌기 때문에 (미국에서) 정부의 입장과 대통령의 생각 등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에 대해서는 궤도 수정을 예고했다. 홍 특사는 사드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통령 발언을 내가 이해하기에는 미국과의 생각의 차이라기보다는 국내에서의 절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후보 때 한 발언(사드 국회 비준 추진)과 대통령이 돼서는 좀 차이가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홍 특사는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만나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의 세부 일정과 의제를 조율할 예정이다. 홍 특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만날 것인지도 주목된다.
도쿄에 도착한 문 특사는 첫날부터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를 거론했다. 문 특사는 도쿄 외무청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40분간 회담하고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간 나오토 담화, 김대중·오부치 선언 내용을 직시하고 그 바탕에서 서로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양측은 이른 시일에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데 공감했다. 특히 회담 시간 대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하며 한일, 한미일이 긴밀한 공조 속에 해법을 모색하기로 뜻을 같이했다. 문 특사는 회동이 끝난 뒤 “미래지향적으로 성숙한 관계를 갖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다음에 다시 할지 말지는 새 정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특사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18일 베이징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