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2017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 공동행동’을 맞아 진행된 필리버스터링 행사에서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20∼30대가 주축이 된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소수자 단체에는 중년의 시민들도 어색하지 않게 어울렸다. 이들은 지난해 열린 퀴어문화축제에도 참여해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프리허그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이성애자인 부모들은 왜 성소수자인 자녀를 위해 거리로 나섰을까
“사실 저도 철저히 이성애자로 살아온 사람이었어요. 아이가 어느 날 동성애자라고 말했을 때는 머리가 하얘졌죠. 저도 아내도 이성애자고 친척들, 지인들까지 주변에 동성애자를 본 적이 없었죠. 그날부터 전혀 새로운 세계를 살게 됐어요”(동성애자 아들을 둔 아버지 A씨)
“중학교 2학년 때 아이가 커밍아웃을 했어요. 어려서 아직 상황판단을 못 한다고 생각했죠. ‘네가 대학을 졸업해도 계속 그러면 받아주겠다’고 했어요. 돌이켜보면 아이는 이미 결정이 끝난 상태였는데 ‘왜 엄마는 인정을 못하지’ 했던 것 같아요” (양성애자 딸을 둔 어머니 B씨)
‘내 아이가 커밍아웃을 한다면’ 아이를 가진 부모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국내 유일의 성소수자 부모들의 모임인 ‘성소수자 부모모임’ 소속 부모들도 처음에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커밍아웃을 접한 부모들은 대부분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은 환자와 비슷한 심리 단계를 거친다. 처음에는 자녀가 ‘일시적인 정체성 혼란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치료하면 바뀌겠지라는 생각으로 아이의 커밍아웃을 부정한다. 자신의 양육과정에서 문제를 찾으려는 죄책감 단계도 거친다. 이때는 대부분 의연한 척 행동하거나 아니면 문제를 미루는 듯한 심리를 보이고 아이와는 대화를 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커밍아웃’은 필요했다. 자신의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것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위로받고 공감을 나누고 싶었다. 자신의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비슷한 상황의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2014년 2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이 모임은 현재 40회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모임을 하면서 처음 아이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 대부분의 부모들이 보이는 반응들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알게 됐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직 어려서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것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성소수자 청소년들은 평균적으로 동성애자는 13세, 트랜스젠더는 이보다 빠른 6∼7세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정한다.
성소수자는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 치료를 원하는 부모도 있었다. 하지만 1990년 5월 17일 세계 보건기구는 동성애를 국제 질병 분류에서 제외했다.
부모들은 서로 간의 공감과 위로를 통해 아이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아이를 지지하게 됐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아이를 냉대하는 세상 속에서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후보들이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논란을 빚는 등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공공연히 존재한다. 부모들은 아이의 성정체성이 다른 이들의 찬성과 반대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성소수자의 정체성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찬성과 반대의 이슈가 되는 순간 차별의 대상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성소수자 부모모임 회원들은 부모의 이름으로 오늘도 거리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