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부 기념행사로 18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치러진 ‘제37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화합과 치유의 모습을 보여주며 역대 최대 규모로 거행됐다.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됐고 이전과 달리 초청을 받지 않은 사람도 참석할 수 있는 ‘열린 행사’로 진행돼 예년보다 3배가량 많은 1만여명이 식장을 가득 메웠다.
‘5·18정신 계승, 정의가 승리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 피우진 신임 보훈처장, 정치권 인사, 5·18 유공자·유족 등이 참석했다. 올해는 4·19혁명 등 주요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관련 단체들을 대거 초청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한 5·18정신을 담는 데 노력했다. 또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자리를 함께해 아픔을 서로 나눴다.
이전과 달리 간단한 검색 절차만 받으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었다. 기념식에 참석한 광주시민 최모(61)씨는 “신분증만 있으면 참석할 수 있다고 해서 왔다. 광주시민으로 오늘은 정말 뜻깊은 날”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기념행사에서도 ‘낮은 경호’를 이어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민주묘지 정문인 ‘민주의 문’을 통해 식장에 입장했다. 보통 대통령의 경우 경호 때문에 우회로로 들어왔지만 문 대통령은 일반인과 같은 정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행사 도중 5·18 유족 김소형씨가 5·18 희생자인 아버지를 추모하는 편지를 낭독하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편지를 듣던 문 대통령은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고 무대에 올라 김씨를 안으며 위로했다. 이번 기념식은 가수 전인권씨가 ‘상록수’를 부르는 등 예년에 없던 기념공연도 추가됐다.
이날 기념식의 하이라이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제창했지만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들어 합창 방식으로 바뀌면서 해마다 갈등을 빚었다. 문 대통령이 12일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제창 지시를 내리며 9년 만에 다시 제창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이라며 “오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 의장과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씨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정우택·이현재 등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노래가 나오는 동안 입을 다물었다.
/류호기자 광주=하정연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