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능 절대평가 전환 - 찬성

이경화 숭실대 평생교육학과 교수

줄세우기식 평가 없애야 공교육 정상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제로 전환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놓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교육정책 핵심 중 하나는 지나친 사교육 경쟁을 줄이기 위해 현재 중3 학생이 대입시험을 치르는 오는 2021학년도부터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이다. 교육부는 수능 개편안과 함께 고교내신 절대평가 전환 여부를 7월 중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수능 영어영역이나 한국사영역에 적용되는 절대평가를 전 과목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찬성 측은 현재 줄세우기식의 비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입시경쟁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절대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절대평가로 바꿀 경우 수능 변별력이 없어져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전면화되고 결과적으로 내신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교육 불평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반박한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학부모나 교사는 물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한 번 이상은 대학입시제도에 대해 염려하고 혁신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을 것이다. 정부가 어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정책을 내놓으려고 해도 ‘대학입시가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어’라는 부정적인 얘기부터 하게 되는 것이 우리가 처한 교육 현실이다.

우리 대입시험제도는 지난 1945년부터 지금까지 대학별 단독시험제를 시작으로 대입연합고사·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제·예비고사·학력고사·내신·대학수학능력시험, 학교생활기록부 및 대학별 고사(논술), 그리고 추천서, 심층면접 등 적용에 이르기까지 16차례의 변천을 거쳐왔다. 이렇게 수차례 입시제도가 바뀐 배경에는 학교 교육의 정상화, 타당한 입시제도 마련이라는 목표가 있었을 것이다.

수능은 학교 교육을 주입식이 아닌 범교과적·통합적 심층사고 중심의 교육으로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학입학은 초중등교육의 최종 목표로 전락한 지 오래고 대학입시제도 변화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올해도 수능의 절대평가제 도입이 교육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치르게 되는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7월에 확정된다고 한다. 수능 평가방식과 관련해 내년 고교 1학년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새로운 교육과정의 핵심이 문·이과 통합, 체험·과정중심 교육, 그리고 토론·참여수업이므로 현재 수능 평가방식인 상대평가 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영어영역은 2018년 수능에서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이며 2021년 수능에서부터 전 과목이 절대평가로 전환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에 학생·교사·학부모를 비롯한 교육과 관련된 전 국민들이 염려와 기대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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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상황을 고려해본다면 수능이 절대평가이든 상대평가이든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의 목표는 서열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성취 목표에 따라 교과 내용을 숙달하고 핵심역량을 기르는 데 있다. 따라서 좀 더 교육적인 평가방법은 규준지향적인 상대평가가 아니라 목표지향적인 절대평가인 것이다. 교육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지향적 측면 이외에도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돼 학교 교육이 정상화해야 치열한 입시 경쟁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에 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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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필수적인 선행 요건들이 많다. 상대적 기준이 아닌 절대적 기준을 채택하게 되는데 대학입시에서 절대적 기준이라 함은 모호할 수 있다. 절대적 기준을 정할 수 있는 준거로는 대학에서 수학에 필요한 수준, 고교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성취수준, 그리고 고교 단계에서 학교 교육을 마치더라도 사회 각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역량수준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절대평가 기준은 학교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설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며 현실적일 것이다. 또한 등급의 수는 변별력과 등급별 성취표준을 감안한다면 4~5개 이상은 무리다. 또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대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미국·독일·프랑스·핀란드 등 우리가 벤치마킹하는 선진국은 내신과 대학입학시험에서 절대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수능은 학교에서 배운 교육내용을 충실히 반영하고 교과 학습수준을 타당하게 측정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지금의 줄세우기식 상대평가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에 도달한 학생에게 1등급을 부여하거나 미국의 대학수학능력평가(SAT)처럼 절대평가를 하되 점수제로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해봄 직하다. 만일 수능 절대평가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된다면 사교육이 줄고 학교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체험 수업이 가능해질 것이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다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대입제도가 초래한 교육의 폐해와 부작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절대평가가 공교육 정상화의 단초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보면 2015 교육과정과의 연계 문제에 급급하기보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 미래 인재육성, 행복한 학교환경 조성과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에 초점을 두고 절대평가로 발생할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한 후 대입 혁신에 나서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응하고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학입시정책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이경화 숭실대 평생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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