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지만 학교 수업은 여전히 독해와 문법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2014년 수능 영어 절대평가 전환을 예고하면서 학교 영어교육을 실제 영어사용 능력 향상, 즉 의사소통 중심으로 내실화하겠다고 밝힌 것과는 차이가 있다.
1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펴낸 ‘수능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고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 연구보고서(책임자 박태준)에 따르면 고교 영어교사 561명을 설문한 결과 현재 영어수업이 읽기와 문법에 치중해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수업에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문법 영역을 지도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교사의 47.8%가 ‘전체 수업의 40∼50%를 읽기 영역에 할애한다’고 답했다. 읽기 영역에 ‘60% 이상 할애’한다는 교사도 26.8%였다.
읽기 영역 다음으로는 문법 비중이 높았다.
‘문법에 수업의 20% 정도 할애한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 교사의 41.1%로, ‘10% 할애’는 25.8%, ‘30% 할애’ 20.0%, ‘40% 할애’ 3.6% 등 순서로 나타났다.
반면 말하기 영역은 54.2%의 교사가 ‘전체 수업의 10%만 할애한다’고 답했다. 20.3%의 교사는 ‘20%만 할애한다’고 했고, 말하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0%)는 교사도 18%나 됐다.
듣기와 쓰기 역시 전체 교사의 43.3%, 54.4%가 ‘수업의 10%만 할애한다’고 답해 교수 비중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2014년 12월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영역을 절대평가로 전환한다’고 확정 발표하고, ‘학생들의 과도한 점수 경쟁 완화’와 ‘의사소통 중심의 실질적인 영어능력 향상’을 전환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이번 설문 결과는 ‘의사소통 중심의 실질적인 영어능력 향상’ 교육이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교사들은 그 이유로 입시와의 연계성 부족, 학부모 민원, 물적·인적 인프라 부족 등 여러 요인을 꼽았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다고는 하지만 문항 자체는 여전히 독해 위주인데다, 학부모들도 수능 대비 수업·시험 출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과도한 점수 경쟁 완화’의 효과를 놓고서도 교사들은 엇갈린 의견을 밝혔다.
‘학습 부담 경감으로 프로젝트 수업, 말하기 발표 등 다양한 수업이 시도되고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목고생처럼 1등급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상위권 학생들은 부담이 줄겠지만 등급 경계에 있는 대부분의 일반고 학생들은 여전히 점수 따기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상위권 학생들은 어차피 영어에서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어시간에 타 과목을 공부하려 한다’는, 이른바 ‘풍선 효과’를 우려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현 시점에서 교육부가 더 강력한 보완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영어 절대평가 전환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영어교사의 말하기, △쓰기 수업설계 및 평가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 영어교사 학습공동체 활성화 △영어 다독 프로그램을 활용한 말하기, 쓰기 교육 강화 △학생부 기재 활성화를 통한 말하기, 쓰기 동기 부여 등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