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솔·한국GM이 대기업 아니라는 이상한 법

"자산 10조 미만은 중견기업"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분류

아모레·하이트도 대기업 아냐

잘못된 중견기업 범위 규정탓

매출 수십조원도 중견기업 둔갑

"대기업 아니니 규제 말라" 주장도

지난해 8월 열린 ‘명문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에서 기업인들이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중견기업 상단 범위가 자산 10조원 미만으로 상향되면서 상당수 상위 대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경제DB지난해 8월 열린 ‘명문장수기업 만들기 전략포럼’에서 기업인들이 주제 발표를 듣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중견기업 상단 범위가 자산 10조원 미만으로 상향되면서 상당수 상위 대기업들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코오롱, 한국GM, 한국타이어, 한솔그룹, 금호석유화학, 교보생명, 동국제강, 이랜드, 아모레퍼시픽, 현대산업개발, 하이트진로… 이들은 대기업일까, 아닐까.

22일 중견·중소업계에 따르면 누가 봐도 명백한 대기업이거나 재벌 그룹사인 기업집단을 놓고 “대기업이 아니다”라는 잘못된 주장이 나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들 기업이 대기업이 아니므로 대기업에 적용돼왔던 모든 규제들은 부당하다는 호소로 이어진다.

때아닌 대기업-중견기업 논란이 벌어지게 된 것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을 현재 20%에서 30%로 상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무관치 않다. 문 대통령 공약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지주회사 규제 강화’ 적용을 받게 되는 26개 지주회사 중 22개가 중소·중견기업이므로 온당치 않다는 것.


문제는 이같은 주장이 한국의 대기업을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규제를 받는 31개 기업집단(공기업 제외), 1,266개 회사로 한정한 데 따른 오류라는 점이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하면서 이들을 포함한 25개 기업(공기업 제외)이 법상으로는 대기업 딱지를 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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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이 수조 원에서 수십조 원에 달해도 상호출자규제를 안 받으면 중견기업’이라는 웃지 못할 분류가 생긴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중견기업법이 생기면서부터. 지난 2014년 7월 발효된 중견기업법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아니면서 상호출자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은 모두 중견기업’이다. 이렇다 보니 매출 수십조 원의 대기업도 중견기업이라는 한국만의 이상한 기업 분류법이 퍼지게 된 것이다.

비현실적인 기업 분류법에 편승해 산업계 일각에서는 지주사 요건 강화에 대한 비판처럼 대기업 규제가 중견기업들에 적용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산 10조 원 미만 기업들이 상호출자규제를 벗어났다고 해서 일반적인 대기업 규제를 면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공정위는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 자산 5조~10조원 사이 기업에 공시 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이들 기업을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있는 중견기업으로 보지 않고 있다. 주요 취업포털 채용공고에는 동부화재·교보문고·코오롱생명과학·아모레퍼시픽·한솔로지스틱스 등을 대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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