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저소득층에게 50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을 두고 일부 야당이 “대통령 당선 하사금”이라고 비판하고 나서면서 추경의 또 다른 쟁점 요소가 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극빈층의 생활자금 지원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 등은 “중장기 내수 진작이 아닌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맞서는 형국이다.
23일 관련 부처와 여당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국회에 제출할 10조원의 ‘일자리 추경’ 사업 중 하나로 저소득 가구에 5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과 같은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세청의 근로장려금(EITC)·자녀장려금(CTC)을 받는 238만가구가 대상이며 재원은 약 1조2,000억원이다. 추석 이전에 지급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대선 직전이던 지난 6일 윤호중 당시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EITC·CTC 수급자 전원에게 5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겠다”며 “시범실시로 효과를 검증한 후 장려금 확대 개편안을 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소비쿠폰 지급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사안으로 알려졌지만 일회성 지급은 법 개정 없이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가능하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정부가 극빈층의 생활고를 외면해왔다는 점을 주장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환란(1997년) 대비 110.6% 급등했지만 하위 10%(1분위)의 실질소득은 월평균 112만원에서 99만5,000원으로 11.2% 급락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자유한국당의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EITC 등의 수혜 기준을 완화해 제도적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면서 “일시적으로 소비쿠폰을 주는 것은 시혜적 성격이 강한 포퓰리즘”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드러냈다. 다만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지역에 가보면 저소득층이 쓸 돈이 너무 없다고 한다”며 “취지에 반대하기 어렵다”며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단기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는 있어도 계속 내수를 진작하는 정책은 아니다”라며 “(경제가 위급할 경우 필요하지만) 지금 경제가 그렇게 위중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폭죽놀이’처럼 화려한 볼거리(단기 경제성장률 상승)를 제공하지만 나랏돈을 쓰고 중장기적으로 남는 것은 없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쿠폰을 지급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인 2008년 국제유가가 치솟자 약 10조원을 들여 연소득 3,600만원 미만 근로자 등에게 유류세 환급 형태로 현금을 지급했다. 2010년 조세재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근로 의욕 저해 등으로 진정한 의미의 소비 진작이라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 역시 1990년대 초반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온갖 처방전이 듣지 않자 1999년 저소득층에게 6개월 유효기간이 있는 지역상품권을 지급했다. 3,500만명에게 1인당 2만엔(현재 환율로 약 20만원)씩 줬다. 당시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저축하는 사례가 많아 지하경제를 부풀리고 소비 증대 효과는 적다는 지적이 많았다. 2008년에는 모든 세대주에게 1만2,000엔(65세 이상 및 18세 이하는 2만엔)의 생활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세종=이태규·서민준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