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에서 이동준(이상윤 분)과 신영주(이보영 분)는 법비(법을 악용한 도적, 권력무리)를 향해 통쾌하고 응징하고 사랑까지 모두 이루면서 해피엔딩을 알렸다.
대표 자리에 오른 이동준은 스스로를 희생해 가며 태백을 무너뜨리고자 했고, 결국 그는 청부재판 혐의로 신영주의 손에 의해 체포됐다.
먼저 강정일은 김성식 기자 살인혐의에 대해 백상구(김뢰하 분)의 수하가 먼저 김성식을 살해했고 자신은 시신에 낚싯대를 찔러 넣었을 뿐이라며, 사체손괴로 주장했다. 실제 강정일이 김성식을 살해할 당시 김성식이 살아있었다는 증거는 없는 상태였고, 신영주와 이동준은 뜻밖의 상황에 난감해 했지만, 이내 강정일이 백상구에게 살인을 교사했다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결국 강정일은 백상구에게 이동준을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강정일을 엄벌하고, 이동준이 체포되면서 법비의 온상이었던 태백은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이에 따라 법비들은 거짓 진술과 더불어 자신의 책임을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기에 바빴다. 최수연(박세영 분)은 자신이 저지른 모든 죄를 부친 최일환(김갑수 분)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둔갑시켜 죄를 덜고자 했으며, 최일환 역시 판결문을 자신이 작성한 것이 아닌 송태곤(김형묵 분)이 작성한 것으로 둔갑시키려 했다. 하지만 최수연의 악행은 황보연(윤주희 분)이, 최일환의 판결문은 조경호(조달환 분)이 나서면서 이들의 범죄는 점점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결국 강정일, 최일환, 최수연은 최소 징역 7년부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 받았다. 이동준 역시 징역 10년을 구형받았으나, 신영주의 도움으로 징역 4년에 변호사 자격정지로 최종 판결 받았다.
아버지 신창호(강신일 분)의 억울함을 풀어주었을 뿐 아니라 썩은 권력에 대한 모든 심판은 끝낸 신영주는 이후 경찰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의 새 인생을 살았다.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이동준의 출소 날 그의 앞에 나타나면서 이들의 새로운 인연이 다시 시작됐음을 알렸다.
‘귓속말’은 법률회사 태백을 배경으로 적에서 동지로, 그리고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남녀가, 인생과 목숨을 건 사랑을 통해 법비를 통쾌하게 응징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었다. 비록 권선징악을 그린 ‘귓속말’이었지만, 신영주와 이동준이 법비의 추악함을 밝혀내기까지 결코 쉽지 않았다. 법을 이용해 자신의 죄를 교묘하게 빠져나갔던 법비들인 만큼 진실을 알리기 위한 장애는 수도 없었으며, 이제 드디어 반격에 성공했구나 싶을 찰나, 또 다른 위기를 선사하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를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드라마가 얼마나 시청자들의 방심을 틈타 반전을 선사했는지,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드라마가 뒤통수를 치고 도망가는 것과 같은 얼얼함을 주었다’는 의미에서 ‘귓속말’이 ‘뒤통수’라고 불릴 정도였다.
앞서 ‘추적자’ ‘황금의 제국’ ‘펀치’ 등을 통해 권력의 추악한 면모를 사실적으로 들춰냈던 박경수 작가의 필력은 ‘귓속말’에서도 동일했다. 비록 법비가 법의 심판을 받기까지 여러 답답한 상황들이 펼쳐지기는 했어도, 질질 끌지 않는 빠른 전개로 안방극장의 몰입도를 높였다. 전개가 빠르게 이어지는 만큼 더욱 더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고, 그 속에서 박경수 작가 특유의 뼈 있는 대사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더욱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여기에 박경수 작가 작품에서 드물게 러브라인이 부각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귓속말’은 법비와 함께 싸워가는 과정에서 원수에 가까웠던 신영주와 이동준이 가까워지고 연인이 돼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나갔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서로에 대한 감정이나 설렘이 아닌, 생존을 위해 입을 맞췄던 이들의 첫 키스신이었다. ‘박경수표 러브라인’의 시작과 동시에 드라마의 성격을 보여준 것이다.
악을 처단하고 사랑까지 모두 이룬 ‘귓속말’이지만 ‘여지’는 남겨놓았다. 죗값을 받게 된 최수현과 강정일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보다는 교도소에서 ‘밥만 잘 먹더라’를 보여준 것이다. 심지어 강정일의 경우 교도소에서 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는 모습, 그리고 그 뒤에 붙어있는 아버지의 사진과 불타오르는 눈빛은 또 다른 복수극을 예고하는 듯 그려진 것이다.
최악의 순간에서도 어떻게든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쓰는 강정일과 최수현의 모습은 ‘박경수월드’에서 살아 숨 쉬는 악의 원초적 본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끝을 모르는 강정일의 복수심은 훗날 제작될 지도 모를 ‘귓속말’의 시청자들로 하여금 속편을 기대하게끔 만들기도 했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