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채권 투자가 크게 늘면서 한국인이 보유한 해외 금융자산이 사상 처음 1조3,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고금리를 찾는 투자자들이 해외채권에 많이 투자하면서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순대외채권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순대외금융자산은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 주식의 평가이익이 늘면서 2분기만에 줄어들었다. 올 들어 코스피와 원화가 다른 주요국의 주가지수와 통화에 비해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말 국제투자대조표’ 잠정치에 따르면 1·4분기 한국의 대외금융자산(국내 거주자가 해외에 보유한 금융자산_은 1조3,045억달러로 집계됐다. 원화(1·4분기 평균환율 1,152원)로 환산하면 약 1,502조원 규모다. 지난해 말보다 648억달러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또 해외 직접투자(3,214억달러)와 증권투자(3,361억달러)가 모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외 증권투자(주식·채권 등) 역시 2008년9월말 이후 처음으로 직접투자 규모를 앞질렀다.
순대외채권도 3월말 기준 4,074억달러로 지난해 말보다 40억 달러 증가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순대외채권은 한국이 외국에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에서 받을 돈(대외채권)을 뺀 것이다. 한국은행 국외투자통계팀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채권투자가 증가세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실제 기타부문(증권사·자산운용사·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과 비금융기업)의 채권은 1·4분기에만 119억달러 늘어났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도 크게 늘었다. 올 들어 대외금융부채(외국인투자액)는 지난해 말보다 1,068억달러가 늘어난 1조680억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이 새로 유입되기도 했지만, 주로 국내주가 상승과 원화 강세로 인해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지분의 가치가 오른 영향이 컸다. 외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주식·펀드 등 지분증권의 평가금액도 1·4분기에만 759억달러가 올랐다.
이에 따라 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지난해 말보다 420억달러 감소해 2,365억달러로 나타났다.
외채건전성과 대외지급능력은 아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말 기준으로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외채는 대외채무 대비 28.4%, 외환보유액 대비 30.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에 비해 각각 0.8%포인트, 2.4%포인트 오른 수치지만, 한은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무역수지 등 펀더멘털이 전반적으로 견고하고, 시중에 유동성도 넉넉해서 소폭 상승했어도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