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비영리조직이나 기업들을 자문할 때마다 첫 번째 제안은 항상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대폭 강화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한 일간지에서 성공적인 직무 수행을 위한 조언을 필자에게 요청했을 때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제안했다. 그 칼럼에서는 특히 소통의 핵심으로 경청과 이해를 강조했는데 ‘경청’은 기울인다는 ‘경(傾)’과 듣는다는 ‘청(聽)’을 합친 말로 ‘귀 기울여 듣는다’는 의미다. 소통의 달인으로 불리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으면 마이크를 한 손으로 가리고 질문자 쪽으로 귀를 기울이는 제스처를 해 경청의 자세를 표현했다. 경청과 이해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해’의 영어인 ‘언더스탠드(understand)’는 아래를 뜻하는 ‘언더(under)’와 선다는 ‘스탠드(stand)’가 합쳐진 말로 ‘상대의 아래에 서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뜻이다. 4년여의 박 전 대통령의 임기는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도, 아래에 서지도 않은 소통 부재 시대였고 결과는 참담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광화문 대통령 선언은 소통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어 기대된다. 산 위의 청와대가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적 이미지라면 광화문시대는 대통령이 국민의 삶의 현장으로 내려와 경청하고 이해하며 소통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통령이 취임 초기에는 소통을 강조했으나 실제로 지켜진 적은 없다. 긴급 과제들이 수시로 발생하는 직무의 특성상 의도와 상관없이 국민들과의 소통은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게 될 위험이 크므로 공식화·정례화해 반드시 지키는 소통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좋은 예가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인 구글이 매주 금요일마다 개최해온 ‘TGIF미팅’이다. 구글은 회사 경영상황은 물론 제품이나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비밀보다 개방이 우월하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진만 아는 정보의 대부분을 모든 직원과 공유한다. 이를 위해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모든 직원과 경영진이 참석해 아무 질문이나 하면 경영진이 자기의 생각을 설명하고 토론하며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사항을 경영진에 직접 전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공유한다. 이런 소통의 제도화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구글의 지메일 등 수많은 혁신이 탄생했고 구글은 직원들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 됐다.
대통령 중 대표적 롤모델은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노변담화(fireside chat)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절실하지만 국민들과 야당의 엄청난 반대가 불가피한 뉴딜정책과 2차 대전 참전을 추진하기 위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일방적 강행보다 국민들과의 진솔한 소통을 선택했다. 1933년부터 1944년까지 거의 매달 라디오로 생중계된 노변담화는 정치인들은 물론 배우 클라크 게이블이나 복싱챔피언 조 루이스 같은 시민들도 초대돼 ‘담화(chat)’라는 명칭에 걸맞게 친구와 정담을 나누듯 진행됐는데 여당이나 지지자들만 의지하지 않고 전 국민과 진솔하게 대화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소통 노력은 대공황 극복과 2차 대전 승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도에서 북핵 위기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 경제위기, 사회통합 위기 등 전대미문의 난제들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일방적 강행은 통하기도 어렵지만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맞지도 않는다. 가장 효과적인 타개책은 문재인표 노변담화를 통해 국민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며 설득에 최선을 다하는 진솔한 소통이다. 굳이 공중파를 고집해 언론의 독립성 문제를 야기할 필요 없이 인터넷을 이용하면 될 일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 문 대통령은 인터넷TV에서 최근 뉴미디어비서관으로 임명된 유정아 아나운서와 대담 형식의 생방송을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매달 일정한 날짜를 정해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며 루스벨트 전 대통령처럼 여야 정치인이나 일반 국민들을 게스트로 초대해 즉석 토론도 하고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질문을 받아도 좋을 것이다. 극심한 불확실성과 불안의 시기인 전환기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대학 총장 할 것 없이 모든 리더가 정해진 소통시간을 미리 선언하고 반드시 지키는 소통의 제도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