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달이면 개성상품 재고 바닥…기다리는 것도 지쳤어요"

마지막 개성공단상회 북한산성점

공단 문 닫아 당장 팔 물건 없어

전국 6곳이던 지점 한곳만 남아

"마지막 한개까지 팔아봐야죠…"

마지막 남은 개성공단상회 북한산성점을 운영하는 제정오 팀스포츠 대표가 ‘개성공단’으로 디자인한 티셔츠를 가리키고 있다. /임진혁기자마지막 남은 개성공단상회 북한산성점을 운영하는 제정오 팀스포츠 대표가 ‘개성공단’으로 디자인한 티셔츠를 가리키고 있다. /임진혁기자




“앞으로 한 두달이면 개성에서 만든 제품은 모두 바닥납니다. ‘개성공단상회’가 완전히 사라지는 거죠. 하루빨리 공단이 다시 가동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27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성 입구. 등산로를 따라 유명 브랜드용품 점포가 즐비한 가운데 ‘팀스포츠-개성공단상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안에 들어서자 매장 절반은 선반 위로 박스가 쌓여 있었고 제정오(사진) 팀스포츠 대표가 물건을 정리 중이었다. 제 대표는 “경영이 어려워져 매장과 본사를 합치면서 전시장 일부를 창고로 쓰고 있다”며 머쓱하게 웃었다. 매장 제품은 주로 바람막이나 기능성 티셔츠 등 여름~초가을용이다. 모두 개성공단에서 만들진 것들이다. 제 대표는 “겨울용 재고는 싼값에 모두 처리했고, 이제 여름 장사가 끝나면 더 팔 게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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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상회는 공단 입주기업들이 만든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직접 유통하고자 2015년 5월 서울 안국동 본점을 낸 뒤 전국 6곳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지난해 2월 공단폐쇄로 팔 물건이 없어지면서 하나둘 문을 닫고, 지금은 제 대표의 북한산성점만 남았다. 유통만 하던 다른 점포와 달리 제 대표가 제조·판매를 모두 맡아 재고물량에 다소 여유가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 사실 서류상으로 ‘개성공단상회 북한산성점’은 지난 2월 말 이미 사라졌다. 제 대표는 “상암동 팀스포츠 본사를 북한산 매장과 합칠 때 굳이 사업자 2개를 유지할 필요가 없어 일단 상회는 폐업했다”며 “하지만 개성공단 물건이 있는 한 마지막까지 팔아보겠다는 심정으로 간판만은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성입구에 있는 개성공단상회 북한산성점 전경. 개성공단상회는 2015년 5월 본점이 문을 연뒤 최대 6곳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2월 공단 폐쇄로 줄줄이 문을 닫으며 북한산성점만 남았다. 이 점포 역시 서너달이면 개성에서 만든 제품이 모두 소진된다. /임진혁기자서울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성입구에 있는 개성공단상회 북한산성점 전경. 개성공단상회는 2015년 5월 본점이 문을 연뒤 최대 6곳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2월 공단 폐쇄로 줄줄이 문을 닫으며 북한산성점만 남았다. 이 점포 역시 서너달이면 개성에서 만든 제품이 모두 소진된다. /임진혁기자


제 대표는 상회를 없애며 자체 브랜드 ‘엥겔베르그’를 키우겠다는 오랜 꿈도 미뤄뒀다. 그는 2001년 팀스포츠를 창업해 동대문에서 마라톤이나 단체복용 티셔츠를 만들었다. 2007년 개성공단에 공장을 세우면서 ‘엥겔베르그’ 제품과 유명 브랜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사세를 키웠고, 많을 때는 직원이 100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공단 폐쇄로 제조시설을 잃고 상회도 접으며 팀스포츠 직원은 제 대표를 포함해 둘뿐이다. 팀스포츠는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하기 전까지는 창업 초기처럼 마라톤·단체 티셔츠 주문 제작만 한다. 사업 규모가 꼭 10년 전으로 후퇴한 셈이다. 제 대표는 여전히 개성공단에 희망을 건다. 그는 “개성공단 제품은 싸고 좋은데다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성 때문에 광고효과도 뛰어나다”며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상회도 열어 전 세계로 개성공단 제품이 팔려나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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