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사실상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시행을 둘러싼 내부 혼란이 커지고 있다. 분위기는 폐지 쪽으로 기우는데 정부의 정확한 지침이 나오지 않아 적극 추진도, 폐지도 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다. 더구나 노사 합의로 지난해 도입해 첫 시행 중인 일부 금융공기관들도 내부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노조 합의가 아닌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자산관리공사 등 8개 금융공공기관은 내년부터 새 임금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 올해 직원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지만 대부분 성과 평가 방식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공기업들은 박근혜 정부의 방침에 따라 간부급(부서장)에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원(3·4급)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결정했지만 최근 법원이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도록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제동이 걸려서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 재검토를 공약한데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도 지난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사 합의가 없는 성과연봉제는 무효”라는 입장을 밝혔고 김진표 국정기획자문단 위원장도 “(성과연봉제 폐지가) 선거 전에 강하게 나왔던 만큼 깊이 있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금융공기관들은 복지부동이다. 노사 합의를 통해 도입한 일부 금융공기관들도 내부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공기업 중 성과연봉제 도입 1호인 예보의 경우 현재 노조가 당시 노조위원장이 독단적으로 사측과 합의한 상황이라며 문제제기를 하면서 백지화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예보의 노조 총회에서는 62.7%의 반대로 도입이 부결됐지만 당시 노조위원장과 사측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예보 측은 기존 노사 합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의 새 지침이 나오면 새로 교섭해 합의된 변경사항을 규정에 반영할 예정이다.
주택금융공사 역시 노조가 “새 정부가 도입 스탠스(입장)를 바꾸면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이미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과 신한·KB국민·농협·KEB하나·SC제일·씨티은행 등 시중은행도 지난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했지만 사실상 관망하고 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하는 다음달 성과연봉제 관련 정책 방향도 함께 발표할 방침이지만 그때까지 업무 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공기관의 한 관계자는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국민들 눈높이에서 보면 여전히 방만하다는 시각이 없지 않다”며 “새 정부가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재검토하더라도 이런 부분까지 꼼꼼히 검토해서 잘 정착되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융공기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필요하고 대신 성과 평가를 투명하게 만들어 시행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