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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정재처럼 늙어가고 싶다...25년간 멋있는 배우

영화 ‘대립군’ 길 위에서 깨달은 리더십을 말하다

40대 중반을 바라보면서도, 멋진 외모를 유지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정재는 젊은 배우들의 ‘워너비’ 선배다. 잘생긴 배우가 배려심과 여유까지 갖추니 ‘멋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래서 ‘이정재처럼 늙어가고 싶다’고 말하는 후배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최근 ‘대립군’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그는 “면전에 대고, 심하신 말씀을 하시다니. 허허” 라며 너스레를 떨더니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25년째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도 꽤나 공감이 가는 영화 속 대사는 “두려워도 견뎌내야 합니다”이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25년째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도 꽤나 공감이 가는 영화 속 대사는 “두려워도 견뎌내야 합니다”이다.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나이 드는 게 연기에는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좋은 면이 많죠. 뭘 알아야 좀 더 정확한 연기를 할 수 있잖아요. 연륜에서 오는 깊이감은 부정할 수가 없거든요. 나이가 더 들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아직 철이 없어서(웃음)”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이정재는 ‘모래시계’(1995), ‘정사’(1998), ‘태양은 없다’(1998), ‘시월애’(2000), ‘태풍’(2005), ‘하녀’(2010), ‘신세계’(2012), ‘관상’(2013), ‘암살’(2015), ‘인천상륙작전’(2016)‘등 으로 대중과 만났다.

무엇보다 그는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선배이다. 이정재는 절친 정우성과 함께 소속사 아티스트 컴퍼니로 뭉쳐 본격적인 신인 배우 양성의 뜻을 알렸다. 이 또한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그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영화인 선배, 후배 개념을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에요. 사실 한국 영화가 많이 발전한 건 그 앞에 안성기, 최민식 등 좋은 선배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선배님들이 하셨던 영화에 대한 열정, 2천년대 중반 스크린쿼터제 운동 등 그런 일련의 일들이 지금 한국 영화 발전을 가져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선배들의 혜택을 받은 사람입니다. 저 역시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정재가 주연을 맡은 ‘대립군’(감독 정윤철)은 1592년 임진왜란, 명나라로 피란한 임금 선조를 대신해 임시조정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세자 ‘광해’와 생존을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이 참혹한 전쟁에 맞서 운명을 함께 나눈 이야기를 그린 작품.

조상 복 없고 배운 건 없지만 특유의 카리스마와 의연한 대처 능력을 지닌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이정재는 동료를 위해, 광해를 위해, 나아가 조선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운다. 이정재가 ’대립군‘에서 무엇보다 공을 들인 것은 토우의 ’두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토우 안에도 두려움이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강하고 거친 외면과 달리 그 속엔 두려움을 항상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용감한 척 하면서 무리를 이끌고 인솔하지만 내면엔 공포를 가지고 있어요.


이 사람도 인간인지라 목숨이 오고 가는 국경에서 어떤 상황을 만났을 때 공포가 없으면 말이 안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눈빛엔 공포심이 항상 담겨 있어요. 두려운 공포와 살고자 하는 의지가 충돌해 내면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그게 사실이테니까요. 그렇게 인물을 보다 입체감 있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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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립군>은 과거의 역사를 재조명함으로써 현재 대한민국을 이끄는 진정한 영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이자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리더십이 무엇인지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영화 <대립군>은 과거의 역사를 재조명함으로써 현재 대한민국을 이끄는 진정한 영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이자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리더십이 무엇인지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


<대립군>은 조선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왕과 백성 중 가장 낮은 신분에 속하는 대립군이 여정을 함께 하면서 부딪히고 가까워지는 과정 속 이들의 호흡을 심도 깊게 다뤘다. 특히 적과 맞서 싸워야 했던 처절하고 극적인 상황은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세 배우의 조선판 브로-케미스트리를 극대화했다.<대립군>은 조선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왕과 백성 중 가장 낮은 신분에 속하는 대립군이 여정을 함께 하면서 부딪히고 가까워지는 과정 속 이들의 호흡을 심도 깊게 다뤘다. 특히 적과 맞서 싸워야 했던 처절하고 극적인 상황은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세 배우의 조선판 브로-케미스트리를 극대화했다.


‘대립군’은 주로 험준한 국경에서 남을 대신해 군역을 치렀던 이들로 천민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속 “나라가 망해도, 우리 팔자는 안 바뀌어!”라는 토우의 대사가 그들의 낮은 신분을 대변한다.‘대립군’은 주로 험준한 국경에서 남을 대신해 군역을 치렀던 이들로 천민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속 “나라가 망해도, 우리 팔자는 안 바뀌어!”라는 토우의 대사가 그들의 낮은 신분을 대변한다.


영화 <대립군>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사도>(2015) 등 팩션을 다룬 정통 사극의 명맥을 잇는 깊이 있는 스토리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영화 <대립군>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사도>(2015) 등 팩션을 다룬 정통 사극의 명맥을 잇는 깊이 있는 스토리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살아있는 ‘토우’를 만들기 위해 그는 목소리 톤까지 바꿨다. 매 영화마다 새로운 보이스를 창조해내는 배우인만큼 그가 만들어내는 ‘토우’는 남다른 울림통을 지닌 존재였다.

“목소리 변신이요? 조금 더 다르게 해보고 싶어서 ‘토우’의 목소리 색깔을 찾으려고 했어요. 기본적으로 이 인물은 어디서 지내는 사람인가를 먼저 생각해요. 토우는 산에서 지내는 사람이자 개방된 곳에서 지내는 사람입니다. 수 많은 전투에 노출된 사람인데 소리를 얼마나 많이 지르겠어요? 성대 자체가 근육인데, 그 근육이 발달됐겠죠. 그렇게 토우의 목소리를 상상했습니다.”

남을 대신해 군역을 살고 있는 토우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터일터. 이정재는 극 중 토우가 광해에게 던진 한마디를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꼽았다. ‘두려워도 견뎌내야 합니다.’

25년째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도 꽤나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저도 배우 생활을 하면서 두려운 적 많거든요. 종종 슬럼프도 있었고요. 흥행이 안 되거나 연기적으로 안 풀릴 때는 ‘왜 내 생각대로 안 될까’ 싶기도 했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슬럼프를 이겨내 보자’는 의지 같은 게 올라오더라고요. 주변 선배들이나 동료 영화인들에게 도움도 받았습니다.”

31일 개봉을 앞둔 ‘대립군’은 길 위에서 깨달은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남 대신 군역을 사는 아주 비참한 사람들이 가는 길의 고생 속에서 서로 무언가 중요한 가치를 깨닫고, 점차 하나가 되어가는 왕과 백성이 결국 진정으로 힘을 합쳐 적과 싸우는 이야기다.

영화는 스펙타클한 화면으로 압도하기 보다는 ‘국민이 왕을 만든다’는 메시지로 천천히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다. 나약한 왕 광해(여진구 분)가 이름 없는 대립군과 함께 험난한 여정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백성을 사랑하는 왕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영화의 백미다.

“광해의 성장기, 대립군들의 마음 변화 등에 무게감을 둔 영화입니다. 장미대선도 치러진 상황에 더는 신선한 주제가 아닐 거예요. 하지만 백성과 직접 만나면서 체감하게 된, 우리가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왕 광해의 새로운 모습이 담겨 있어요. 진정한 리더, 진짜 왕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로 듣는 것과 영화로 보는 건 느낌이 또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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