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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한비의 이유 있는 비상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가 꿈”

'우리들의 일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열연한 배우 정한비

“엘레강스한 외모에 100가지 자아를 숨기고 있는 배우”(‘조류인간’ 신연식 감독) 정한비에게선 좋은 에너지가 풍겼다.

말로 정한비를 아시나요? 국에서 좋은 배우로 상하겠습니다.”라고 자기 소개를 한 정한비는 “‘우리들의 일기’는 순수했던 학창시절을 추억해볼 수 있는 착한 영화이다”고 말했다.


2009년 데뷔하자마자 일본 TBS에서 방영된 특별기획 단막극 ‘나는 이렇게 여성 테러리스트가 됐다’(2010)에서 김현희 역을 맡은 배우 정한비는 2013년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7번방의 선물’에서 주인공 ‘예승’의 담임 선생님 역할로 많은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영화 ‘조류인간’, ‘치외법권’, ‘프랑스 영화처럼’ 드라마 ‘프로듀사’ ‘시그널’ ‘터널’ 등에 출연하며 신선한 배우의 발견이란 평을 이끌어냈다.

배우 정한비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배우 정한비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대 중어중문학과 출신인 정한비는 동시통역사를 목표로 어학연수까지 다녀왔다. 운명은 그에게 동시통역사 대신 배우의 길을 내놓았다. “8년차 중고 신인”이라고 밝혔지만, 그에게선 한번 보면 잊지 못할 백만불짜리 미소와 따뜻한 배려심이 느껴졌다. 좋은 사람이자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한마디 한마디엔 진심이 가득했다.

치기 어린 열혈 청춘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 낸 영화 ‘우리들의 일기’(감독 임공삼)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의 첫사랑 ‘경아’ 역을 맡은 배우 정한비를 서울경제스타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배우 정한비와의 1문 1답이다.



Q ‘우리들의 일기’에 어떻게 캐스팅 됐나?

▲ ‘7번방의 선물’을 좋게 보신 임공삼 감독님이 제 연락처를 수소문 했다고 들었어요. 누군가 절 좋게 봐주셨다는 게 감사했어요. 제 나이보다 어린 캐릭터인데 풋풋한 청춘들의 이야기로 좋았어요. 제가 제일 마지막에 투입된 배우입니다.

Q ‘7번방의 선물’ 개봉 이후 러브 콜이 많이 왔나보다.

▲ 영화가 너무 잘 돼서 괜찮게 봐주셨던 분이 많았나봐요. 그런데 여러가지 사정상 최종적으로 이어진 케이스는 많지 않았어요.

Q 스크린이나 브라운에 비춰지는 것보다 실제 얼굴이 더 조그맣다. 박소현씨보다 더 작을 것 같다.

▲ 화면에선 통통하게 나오는 편이에요. 저는 항상 지금 얼굴이랑 비슷했는데, 화면만 나오면 ‘살쩠네’ 란 말을 듣고 있어요. 제가 얼굴 형이 동그랗고 볼살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Q 이번에 분한 경아를 통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극 할 것 같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 러브라인이 있는 인물이라 너무 좋았구요. 특히 또래 배우들이랑 함께해서 설레였어요. 주로 선배님들이랑 많이 작업을 해왔는데, 풋풋한 청춘들과 함께 하니 저 역시 젊어지는 기분이었어요. 또 감독님이 영화 끝나고 손편지도 직접 써주셨어요. 자기 첫 여배우다고 말씀해주셔서 저 역시 의미 있었어요. ‘경아’라는 노래가 실제로 있다구요?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배우 정한비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배우 정한비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정한비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배우 정한비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실제로도 남고생들의 첫사랑 그녀였을 것 같다.

▲ 여중에 이어 여고를 나와서 그렇지도 않았어요. 제가 비평준화 지역의 포항여고를 나왔는데 그 당시에 범생이처럼 하고 다녀서 크게 관심을 받진 않았어요. 체격은 마르고 얼굴은 작은데 커다랗고 두꺼운 안경을 끼고 다니니까 되게 외계인 같다고 하던걸요. 호호. 고 1때 콘택트 렌즈를 끼면서 안경을 벗었어요. 그 때 아주 조금 예쁘다는 말을 들었어요. 현재는 라식수술을 해서 렌즈 신세를 벗어났는데 너무 편하더라구요.

Q 촬영장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함께 작업한 그룹 초신성 멤버 윤성모, 신지훈과 호흡이 좋아보이더라.

▲ 첫 촬영 때부터 같이 하면서 배려를 해줘서 편안하게 촬영했었던 것 같아요. 같이 하는 배우들이 서먹하면 영화 속에 그대로 담기잖아요. 그런데 다들 친근감 있게 다가와줘서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게 그대로 영화에 담긴 것 같아 만족해요.

(신)지훈이가 엄청 재미있는 친구라 농담을 잘해요. 분위기 메이커죠. 조민호, 이형원, 공정환, 장원 모두 착한 친구들이라 같이 회식도 많이 했어요. 특히 성모가 회식비를 많이 지불해서 다들 맛있게 잘 얻어먹었어요.


Q ‘우리들의 일기’가 정한비 배우 개인에게도 특별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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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오글거리는 면도 있긴 하지만, 풋풋한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어요. 10대 땐 지금보다 모든 게 순수했잖아요. 친구를 사귀는 것은 물론 이성을 사귀는 것도 순수했잖아요. 저희 영화가 그런 걸 추억해볼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노트북’이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같은 류의 영화에 대한 동경이 있어요. 제가 어떤 누군가의 첫사랑으로 나올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정도 어린 역할은 다시는 못할 것 같아요. 정말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은걸요.

Q 성격이 활발한 편인 것 같다.

▲ 원래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배우 생활을 하면서 외향적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연기 영향도 있는 듯 해요. 대학생 때만 해도 남 앞에 나서고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어요. 사실 처음에 제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연기를? 하면서 놀랬어요.

잘 모르고 할 때는 연기가 재미있더라구요.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표출하고 하는 게 저한테 묘한 흥미를 자극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뭔가 더 알면 알수록 어려워지는 게 연기인 것 같아요. 생각도 많아지고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만만하지 않구나란 생각이 많이 들어요.

Q 롤 모델이 있나?

▲ 롤모델은 공효진 선배랑 배두나 선배입니다. 공효진 선배는 ‘프로듀사’를 함께 했는데 같이 연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두 배우 보다 진짜 그 인물이 돼서 연기하시잖아요. 배두나 선배의 영화 ‘터널’만 봐도 그 인물이 돼서 연기하는데, 감동이었어요. 진짜 조금의 오버액팅도 없이 잘 하셨어요. 저 역시 그런 연기를 지향하죠. 사실 쉽지 않은데, 그렇게 되고 싶고 선배들의 연기를 좋아하는거죠.

Q 배우 정한비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 음. 연기를 대하는 태도요. 늘 진심을 담해 진지하게 임하려고 해요. 전 좋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이 일을 하면 사람들이랑 만날 일이 많잖아요. 신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든 게 더 견디기 힘들잖아요. 같이 일하는 배우들과 행복하게 작업했으면 좋겠어요.

배우 정한비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배우 정한비가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인형 같은 외모를 지녔다. 예쁜 여배우로 기억되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것 같다.

▲ 사실 ‘예쁘다’로 기억되는 게 좋죠. 다만 하나의 이미지로만 각인 되는 건 원하진 않아요. 뭔가 풀어진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 백수 역할, 편한 동네 누나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착하고 조신한 역할이나, 검사 교사 등 ‘사’ 자 들어간 역할을 많이 해서 이제는 좀 더 털털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악녀’ 역할도 욕심이 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보여줬던 모습 중에 이런 게 없으니까, 이전에 했던 이미지로 판단을 하세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다보면 저란 배우의 모습을 보다 다양하게 봐주시지 않을까요.

Q 배우 인생 터닝포인트를 말한다면?

▲ 촬영하면서 멘탈이 흔들렸던 경우가 있었어요. 거의 멘붕상태라고 하죠.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촬영을 했는데 역시나 결과물이 안 좋게 나왔어요. 그 때의 좌절감이 엄청 크게 느껴졌어요. 그 뒤로 현장에서 어떤 상황이 오든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더 큰 좌절감이 오는 구나. 더 길고 넓은 고통이 오는구나란 걸 제대로 깨달았어요. 그 뒤로 매 현장에서 집중하려고 합니다. 현장은 변수가 많잖아요.

Q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요?

▲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현장에서 그 인물로서 충실히 임했을 때죠. 뿌듯한 성취감이 있어요. 또 힘들게 찍었던 영화가 한번씩 개봉하고, 커다란 스크린에서 절 볼 때도 뿌듯해요. 저렇게 큰 화면에서 제 자신을 보면 너무 신기해요. 저희 부모님이 포항에 계셔서 이번 ‘우리들의 일기’는 보러 올라오지 못하셨어요. 게다가 포항에선 이번 영화를 개봉하는 개봉관이 없더라구요. 차기작이 개봉하면 꼭 모셔야겠어요.

Q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

▲ 김소정 감독님의 ‘배우지망생’ 란 영화입니다. 배우 이이경씨랑 같이 찍었어요. 배우 지망생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주요 내용입니다. 장르는 드라마인데 스릴러가 가미된 영화에요. 제가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사실 그 영화에서 보여지는 게 좀 더 비중이 있을 듯 해요. 그 때는 조금 당당하게 부모님을 초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

Q ‘우리들의 일기’를 마지막으로 홍보한다면?

▲ 보는 내내 쑥스럽기도 했지만 이렇게 영화가 빛을 보게 되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제 인터뷰 기사가 나가고 한분이라도 더 저희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해요. 작은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작은 영화도 힘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편, 누구나 한번은 겪었던 질풍노도의 시기, 세상과 기성세대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 픈 치기 어린 열혈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우리들의 일기’는 오는 6월 1일 개봉 예정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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