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권력을 갖게 되면 교만해지기 십상이다. 마치 자신이 무소불위의 존재라도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완장효과’는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 완장효과의 원인과 예방법을 살펴본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던 리더가 몰락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뛰어난 재능으로 온갖 장애물을 극복하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몰락한다면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몰락의 원인을 미리 알고 조심해 예방할 수는 없을까?
일반적으로 리더가 몰락하는 원인은 예기치 못한 치명적인 적(敵)을 만난 때문일 수도 있지만, 리더 스스로 교만에 빠져 추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쩌면 조물주는 우리에게 ‘재능과 교만’을 함께 주었는지도 모른다. 재능이 뛰어난 만큼 교만의 유혹에 빠질 확률도 높다. 그 유혹 가운데 하나가 ‘완장효과’다. 학술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익숙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왜 잘나가는 리더가 완장효과의 유혹에 빠져 몰락하는 걸까? 잘나가던 리더가 완장효과에 빠지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첫째, ‘지나친 성취욕구’다. 누구나 목표달성을 위해 몰입한다. 몰입 자체는 아름답다. 삶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에 대한 지나친 성취욕구는 리더의 시야를 좁게 만들 위험이 있다. 목표만 보이기 때문이다. 시야가 좁아지면 정서적 편식이 생길 수 있다. 목표라는 결과에 집착하다 보면 과정을 소홀히 하기 쉽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편집증적 자기관리, 철저하게 의도된 이기주의, 실패는 곧 죽음이라는 절박감은 리더의 정서적 편식을 습관으로 만든다. 소위 ‘출세 지상주의’라는 지나친 성취욕구는 사람을 자신의 성공 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적대시하는 무서운 존재로 변질시킨다. 한번 변질된 리더의 지나친 성취욕구는 절제되지 못하고 치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질병에 가깝다. 앞만 보다 뒤에 다가온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비굴한 추종자’다. 잘나가는 리더 곁에는 좋은 추종자도 있지만 비굴함을 무기로 떡고물을 기대하며 자리를 지키는 추종자도 있기 마련이다. 비굴한 추종자는 잘나가는 리더의 교만에 불을 붙이고 자기 환상에 빠지도록 하는 데 한몫 한다. 리더가 잘나갈수록 비굴한 추종자의 세력도 커진다. 그들의 득세는 좋은 추종자의 희생으로 이어지고 진실을 말해주는 추종자의 몰락은 리더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리더가 몰락하면 비굴한 추종자는 곧 배신한다. 얻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굴한 추종자의 배신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지만, 교만에 빠진 리더만 바보처럼 몰랐을 뿐이다. 비굴한 추종자가 리더에게 제공하는 또 다른 잠재적 위험은 바로 안락함이다. 이 때문에 리더는 그런 추종자들과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착각하게 된다. 비굴한 추종자의 찬사에 자신의 영혼을 팔아버린 리더가 치러야 할 가장 치명적인 대가는 바로 판단력 상실이다. 그래서 상황을 오판할 뿐 아니라 곧 닥쳐올 후폭풍에도 대비하지 못하게 된다.
셋째, ‘베푼 것에 대한 집착’이다. 세상에 온전히 혼자의 힘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람은 다른 누군가에게 은혜를 입으며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듯이 사람도 변한다. 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사람은 은혜를 입으면 처음에는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일단 성공하고 나면 마음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령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사람을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불편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은혜를 망각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불편한 것이다. 불편하면 멀리하게 되고 멀어지면 은혜도 잊혀 진다. 그런 반면에 자신이 베푼 은혜에 대한 집착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경우도 있다. 묘한 심리다. 성공할수록 주변인을 의심하게 되고 그들의 충성심을 시험하고 싶어진다. 주변인에 대한 섭섭함을 참지 못하고 분노를 쉽게 노출하며 편애를 하거나 차별한다. 자신이 베푼 은혜에 집착하다 스스로를 고립시켜 자기의 감옥에 혼자 남게 된다. 혼자 외치는 리더십을 따를 어리석은 추종자가 없어지면 리더가 선택할 기회도 없어진다.
넷째, ‘주의력 상실’이다. 리더가 완장효과에 빠지는 또 다른 이유는 경쟁이 없거나 성공 경험에 대한 자기 과신 때문이다. 잘나가는 리더는 보통 경쟁을 통해 성장하고 경쟁에서 승리하면서 자신감을 키운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늘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세상이다. 잘나가는 리더를 경계하고 반격의 기회를 노리는 경쟁자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자기를 너무 믿으면 경쟁자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지고, 그다음에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그러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주의력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정도 상황이면 눈앞에 닥친 위험에 대한 해석과 대응도 실패한다. 세상을 우습게 본 대가는 리더에게 가혹하다. 돌이킬 수 없는 위험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주의력이 회복되는 순간은 모든 것이 회복 불능일 때라는 점에서 무서운 일이다.
다섯째, ‘두려움 없는 지배욕구’다. 완장효과의 가장 무서운 증상 가운데 하나는 바로 사람에 대한 경외심을 잃는다는 점이다. 경외심이란 공경하면서 두려워하는 마음이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특히 리더가 너무 잘나가다 보면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 대해 가련함이나 두려움 없이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사람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법이다. 언제나 자신만 옳고 자신은 특별해야 하며 타인의 복종과 양보는 당연한 일로 치부하는 리더는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 이처럼 잘나가는 리더의 두려움 없는 지배욕구는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적개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핀이 뽑힌 폭탄’과 같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 특히 리더가 자신의 내부에 깊이 가려진 약점이나 트라우마를 감추려는 심리가 타인에 대한 멸시와 지배욕구로 표출된 것이라면 치유는 불가능해진다. 결코 자신의 약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욱 잔인하고 위선적인 행동을 멈추지 못한다는 점에서 몰락은 예견된 일이다.
이처럼 완장효과는 잘나가는 리더의 정신적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스스로 방어체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잘나가는 리더가 완장효과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초심을 기억할 수 있는 상징물을 품고 다녀라’. 힘겨웠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상징물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겸손해지도록 도울 수 있다. 이런 상징물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평소 어려웠던 시절을 되새기며 자신을 점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의 두뇌는 소위 ‘선택적 지각’을 할 줄 안다. 자극이 될 만한 상징물을 보면 당시의 감정과 각오를 잠시라도 회복할 수 있다.
둘째, ‘반대자를 곁에 두라’. 반대자는 피곤한 존재다. 그러나 리더의 균형감을 유지해줄 수 있는 ‘쓰지만 좋은 약’이다. 잘나가는 리더 곁에 비굴한 추종자만 있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들은 듣기 좋은 말만 하고 결코 불편한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리더의 잘못된 소신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한다. 또한 다른 사람과의 건전한 관계를 차단하며 리더의 고립을 가속화시키거나 막연한 낙관주의로 리더의 판단을 흐린다. 입에 달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셋째, ‘받은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베푼 은혜는 모래 위에 새겨라’. 좋은 말이다. 베푼 것에 집착하다 보면 서운함은 곧 미움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입은 은혜는 잊어버리고 베푼 은혜만을 생각하면 주변에 온갖 섭섭한 사람만 남게 된다. 받은 은혜를 먼저 생각하면 자신이 보이지만, 베푼 은혜를 먼저 생각하면 남만 보이는 법이다. 따라서 남의 성품을 평가하기 이전에 자신의 성품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넷째, ‘이룬 것은 언젠가 사라질 수 있음을 인정하라’.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누구나 영원한 권력을 누릴 수는 없다. 중국 명나라 홍자성의 <채근담> 전편 109장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늘그막에 생기는 질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고, 쇠한 뒤에 생기는 재앙은 모두 성했을 때 지어 놓은 것이다. 군자는 그런 까닭에 가장 성했을 동안에 미리 조심해 둔다.” 되새겨볼 만한 교훈이다. 자신의 권력은 배경일 뿐이다. 배경이 사라지면 자신만 남는다. 견디기 힘든 일이다. 따라서 배경과 자신을 분리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사람에 대한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약한 사람은 있어도 참는 사람은 없다. 예전처럼 잘난 사람을 동경만 하는 순진한 사람은 없다.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가 아픈 것은 참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잘나가는 리더의 거만함을 외면하지 않고 저항하는 시절이다. 사람이 무서워졌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경외심을 외면하고 그들의 존경과 추종을 구하기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잘나가는 리더가 완장효과에 빠지는 이유와 예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한번 완장효과에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잘나가는 리더들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어렵게 얻은 완장을 오래 차보지도 못하고 남들의 조롱거리가 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신제구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