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가 개척되면 부산항이 바로 허브 항만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러스트벨트(제조업 불황에 시달리는 지역)가 된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입니다.”
송영길(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특사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을 만나 북방경제통합사업을 논의하고 돌아온 후 30일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극항로 공동개척과 같은 한·러 경제협력사업은 우리 경제의 성장 돌파구를 열 ‘블루오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북극항로가 뚫리면 엄청난 물류비용과 시간 절감 효과가 난다. 과거에 시도된 북극항로 시범운행 자료를 기초로 보면 배 1척당 유럽까지의 운항비용이 55만~92만달러씩 절감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시험운항용의 비교적 중소형 선박 기준이므로 실제 상업용 대형 선박 등을 기준으로 할 때는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중동의 수에즈운하 등으로 멀리 돌아가야 하는 기존 항로와 달리 북극을 통해 부산에서 북극해를 거쳐 북유럽까지 곧장 갈 수 있어 항로별로 최대 약 14일까지 운항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이 살아나면 해운사들의 주문을 받아 배를 짓는 국내 조선 업계에도 활력이 돌게 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침체의 늪에 빠진 부울경에 희소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송 의원은 “북극항로로 운항하려면 (유빙 등을 헤쳐나갈 수 있는) 전용 선박이 필요하다”며 “러시아는 그런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선박 제조기술과 협력하면 조선 산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북극항로를 지나려면 쇄빙 기능을 갖추고 해수면이 낮은 바다를 지날 수 있도록 흘수선이 낮은 배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청정에너지를 사용해야 북극항로를 지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디젤엔진이 아닌 소형 원자로를 동력으로 삼는 선박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러시아는 이들 분야에서 모두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송 의원은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여파로 약 7년째 사업이 전면중단된 남·북·러 공동의 복합물류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재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 내륙에서 실어온 원자재를 러시아의 하산에서 모아 약 53㎞ 거리인 북한 나진·선봉 지역까지 철도로 옮긴 뒤 (나진항에서) 배로 실어 중국 상하이, 홍콩 등으로 실어 나를 수 있다”며 “중국도 이것이 다른 항로보다 물류비용이 적어 나진 등에 적극 투자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나진항의 항만길은 우리나라의 부산항 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송 의원은 북한을 거치지 않고 한국과 러시아가 직접 추진할 수 있는 주요 사업으로 수산업과 농업 협력사업 등을 꼽았다. 이 밖에도 시베리아의 자원 개발 및 가스관의 한반도 연결사업 등의 추진 필요성도 이번 방러 기간 중 협의하고 왔다고 그는 전했다. 송 의원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는 태평양을 통한 교역을 주로 했는데 여기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며 “(북극항로 개척을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나 중국 동북3성과 경제통합을 추진하고 북한과도 경제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 의원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역할에 대해 미국이 대북 불가침 등을 약속하면 6자회담의 당사국으로서 이를 보증해 북한이 핵 개발 포기 등에 나서도록 돕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푸틴은 18년간 집권하면서 5명의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정통해 남북문제 해결에 큰 역할이 기대되는 인물이라고 송 의원은 평가했다. /민병권·하정연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