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양심냉장고가 생각나는 교통문화

김문환 엠케이트렌드 대표





지난 1990년대 중반 한 예능 프로그램의 ‘양심냉장고’라는 코너가 선풍적인 화제를 몰고 왔다. 우리가 무지와 무관심으로 간과하던 면을 주제로 삼아 아무도 안 보는 상태에서 스스로 규칙을 지킨 사람에게 칭찬을 하고 선물을 주며 준법정신을 강조하고 장려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가운데 아무도 없는 심야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정확히 정차해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던 부부의 이야기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억할 정도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이제 20년의 세월이 지나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 대수도 2,000만대를 넘어섰지만 아직도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달리거나 정지선을 넘어 서 있는 차량을 보게 되면 앞에서 언급한 ‘양심냉장고’ 프로그램이 생각나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최근 뉴스를 보면 지난 3년간 보행자 사망자 685명 가운데 80% 이상이 오후10시부터 오전6시 사이에 발생한다고 한다. 신호 무시에 따른 너무나 후진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2016년에는 전년도보다 4배나 급증한 200만대의 판매를 기록한 블랙박스의 급증에 비례해 아무 보상이 없지만 일반 시민의 교통위반 공익 신고가 110만건이라고 한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엄청난 위반 행위가 이뤄지고 있음을 유추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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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지켜야 하는 신호는 당연히 지켜져야 하지만 이를 무시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인 시간제 신호 시스템에 대해 이제는 한 번 되돌아봤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권력기관 앞의 신호등에서 채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자동차 문화가 앞선 나라나 도시에서 채택하고 있는 ‘싱크로나이즈(동기화)’된 교통신호 체계를 가능한 곳부터 변경,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쉽게 얘기하면 좌회전 차로에 차량이 없으면 좌회전 신호는 생략돼 켜지지 않는다. 대신 다른 방향의 차량들이 계속 주행할 수 있도록 흐름을 막지 않게 된다. 정지신호 아래 정지선을 넘어 정차해 있으면 차량이 없는 것으로 인식해 원하는 방향의 신호가 켜지지 않게 된다. 따라서 문화 자체가 신호와 차선 준수를 강조하지 않아도 스스로 지키게 된다. 즉 누구나 양심 냉장고를 받을 수 있는 자율적인 구조가 돼 있는 것이다.

아직도 20년 전처럼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신호와 정지선을 준수하지 않는 것을 당연시 여기게 되면 시스템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율자동차의 시대도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필요하게 원천적으로 위반하지 않도록 스마트한 신호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반도체를 잘 만들고 스마트폰도 잘 만드는 정보기술(IT) 강국 우리나라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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