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년간 1위 자리를 수성해온 신한금융이 올해 KB금융에 실적을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큰 도전을 맞게 됐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올해 말 은행권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하면 10년 연속 1등 자리를 수성하게 된다. 조흥은행의 성공적인 합병과 신한카드(옛 LG카드) 인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까지 신한은 질적·양적 성장을 이끌며 부동의 1위를 지켜왔다. 은행권의 삼성전자라 할 정도로 업계를 리드해오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1·4분기 실적발표 결과 맹추격자 2위인 KB금융과의 이익 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데다 2·4분기에는 역전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한금융 내부에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실제 조 회장이 최근 신한은행·신한카드·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5대 자회사를 포함해 제주은행·신한캐피탈 등 총 12개 국내 자회사 대표 등에게 수차례에 걸쳐 ‘차세대 1등 전략’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은 것도 이 같은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카드 등 업계 상위권인 계열사의 경우 1위 유지 방법을, 자산운용·증권 등 중위권 계열사들은 1등을 탈환할 수 있는 세부 사업영역에 대한 전략을 공유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KB금융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아서다. 신한금융투자는 자기자본 기준 미래에셋대우·NH농협·삼성증권 등에 이어 6위다. 특히 전업권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는 금융지주와 비교해 KB증권에 순위가 밀렸다. 신한금투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이 1,154억원으로 전년 대비 46.4% 급감하기도 했다. 신한금투에서는 지난해 부사장 등 임원 4명이 KB증권으로 대거 이탈한 사례도 있었다. 조 회장이 취임사에서 “은행·카드 부문뿐 아니라 지주 전 부문에서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내부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1위 수성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내부에서도 각종 태스크포스(TF)팀을 4개씩 가동하면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신한금융 계열사 관계자는 “조 회장이 취임 초 내놓은 ‘2020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TF팀들이 가동되고 있다”며 “6월 말까지 보여줄 수 있는 뭔가를 내놓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지주 차원에서 비슷한 내용의 ‘자본시장 경쟁력 강화 TF’를 운영 중이지만 이로는 부족하단 판단하에 개별적으로도 신한금융의 대규모 프로젝트인 ‘2020 프로젝트’의 추진동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외형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1위 수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인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이임하면서 “인수합병(M&A)을 위한 충분한 실탄을 마련해뒀다”고 할 정도로 내부유보금은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인수할 매물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데다 추가 인수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어 한 번 추격을 당하면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KB금융과 지배구조가 달라 조 회장이 계열사 경영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주주 등 투자자들은 당장 올해 실적을 놓고 다른 지주들과 비교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취임 4개월 만에 최대 도전에 직면한 조 회장이 앞으로 어떤 강수를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김보리·이주원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