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리튬공기 전지' 효율 극대화...전기차·드론 등 활용처 무궁무진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리튬이온 전지'보다 10분의1 가볍고 가격도 저렴

"한국 기초연구 뒤질지라도 상용화는 앞설 가능성"

강기석 교수가 지난 5월24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강기석 교수가 지난 5월24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송은석기자




기존 리튬이온 전지에서 양극의 니켈·망간과 같은 전이 금속물질이 리튬공기 전지에서 공기로 대체됐다. 그 결과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가볍다는 특징을 갖는다. /사진제공=강기석 교수기존 리튬이온 전지에서 양극의 니켈·망간과 같은 전이 금속물질이 리튬공기 전지에서 공기로 대체됐다. 그 결과 리튬이온 전지에 비해 가볍다는 특징을 갖는다. /사진제공=강기석 교수


#중국 드론 기업 ‘이항(Ehang)’이 지난해 1월 선보인 자율운항식 유인드론 ‘이항184’는 일명 ‘드론 택시’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미리 목적지를 입력한 뒤 드론에 탑승하면 목적지로 날아가는 방식이다. 단, 탑승자의 몸무게가 100㎏ 이내여야 하고 이동 가능한 목적지도 출발지에서 30분 이내, 반경 40~50㎞ 내외에 위치해야 한다. 이는 비단 이항뿐만 아니라 국내외 드론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다. 작고 가벼우면서 동시에 고용량의 배터리 성능을 가진 ‘리튬공기 전지’를 장착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신문이 공동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 6월 수상자로 선정된 강기석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꼽히는 리튬공기 전지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리튬공기 전지는 리튬이온 전지를 대체할 미래형 전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는 충전 시 리튬이온이 양극에서 빠져나와 음극으로 흘러가고 방전 시 음극에 있던 리튬이온이 다시 양극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 과정에서 리튬이온을 주고받는데 일반적으로 코발트·니켈·망간과 같은 전이 금속물질이 활용됐다. 배터리 용량이 커질수록 전이 금속물질도 많아지면서 배터리 전체의 크기가 커지고 가격이 올라간다. 리튬공기 전지는 이 물질을 공기로 대체해 양극과 음극 간에 리튬이온을 오고 가도록 구현했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보다 배터리 무게가 10분의1 수준으로 가벼워진다.

강 교수는 “기존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하면 (고용량의 배터리를 요구하는) 일반 자동차에 휴대폰 배터리보다 무게는 7,000배 이상, 비용은 1만 배 이상 차이가 나는 배터리가 들어가게 된다”며 “리튬공기 전지를 사용한다면 무게와 가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강 교수는 양자역학 계산을 바탕으로 리튬공기 전지에 적용할 수 있는 액상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최대 900번 충전할 수 있으면서도 리튬공기 전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수명을 가진 전지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강 교수의 연구는 화학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게재됐고 해당 학술지에서 5% 안에 드는 최상위 연구 성과에만 수여하는 VIP(Very Important Paper)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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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구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전혀 새로운 분야다 보니 연구팀을 꾸리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리튬공기 전지 연구를 시작한 1세대에 속한다”며 “리튬공기 전지를 만드는 연구 환경을 세팅해 실험하고 배우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리튬공기 전지 연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 격인 영국·미국·일본 등에서는 2006년께 기존 리튬이온 전지를 가볍게 하는 방안의 하나로 연구가 시작됐다. 성능을 유지하면서 양극과 음극 외의 부수적인 재료들을 최대한 제거해 무게를 가볍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더 이상 무게를 줄일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하고 나서야 양극 자체의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늘리는 연구로 도약한 것이다. 이 단계까지 오는 데만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리튬공기 전지가 상용화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 교수 역시 “(이번 연구로) 효율성을 높였다고 해서 당장 리튬공기 전지를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연구자들이 여러 난제를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배터리를 한 시간 사용한 뒤 다시 충전해야 하는 상황 등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배터리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강 교수를 필두로 국내에서도 리튬공기 전지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2차 전지가 쓰일 자동차, 정보기술(IT) 업체들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이 활발하다. 강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가장 먼저 해당 연구 분야를 시작해 기초 연구 단계에서는 한국이 뒤질지 몰라도 상용화 단계에서는 앞설 가능성이 높다”며 “자동차 제조사 등 전지를 활용할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대자동차·삼성종합기술원 등과 손잡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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