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S MARKET] 복지부 출자펀드 '복지부동'…2년째 개점휴업

한국의료글로벌펀드 투자 '0'

PEF 관리보수비만 매년 7억

"병·의원 도덕적해이 탓 실패

의료 기술·인력 먼저 진출을"



보건복지부가 출자한 ‘한국의료글로벌진출펀드’가 설정 2년 동안 투자실행 성적이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업계의 도덕적해이와 사모투자펀드(PEF)의 보수적인 운용전략이 ‘불용펀드’를 만들었다. 한 건의 투자도 없지만 2년 동안 운용을 맡은 PEF는 관리보수를 설정액의 1.5%씩 매년 7억원가량 챙겼다. 복지부가 출자한 만큼 국민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의료글로벌진출펀드는 지난 2015년 6월 설정 이후 단 한 건의 투자도 집행하지 못한 채 개점휴업 상태다. 복지부와 수출입은행 등이 각각 100억원·125억원 출자했고 신한금융지주(150억원), KB손해보험(50억원) 등이 투자자로 참여해 500억원으로 설정된 해당 펀드는 국내 병원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취지로 설정됐다. PEF인 뉴레이크얼라이언스와 KTB PE가 공동으로 운용을 맡아 4년간 투자해 7년간 운용하기로 했다. PEF의 한 관계자는 “투자기간 절반이 지나도록 투자가 없다는 건 대단히 예외적”이라며 “투자기간이 경과할 때까지 투자가 없을 경우 출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지만 정부 주도 펀드라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펀드 실패의 원인은 국내 병·의원의 도덕적해이가 가장 크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병·의원의 자회사 개념으로 설립된 해외 법인이 병원 오너의 회계부정 창구로 통용되는 사례가 많다 보니 정작 실사에 들어가면 재무건전성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정 분야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막연한 자신감도 문제점이다.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병원의 한 관계자는 “부지만 확보하면 건물과 장비 도입, 마케팅 비용 전액을 현지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접근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하드웨어적인 진출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며 “발상의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도 투자실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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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시장 진출보다는 해외 민영병원과의 협력 관계 등을 구축해 국내 의료기술과 인력을 우선 진출시키는 형태가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직 의료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법인에 대한 직접 투자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여기다 신생 의료기관과 기업의 경우 운용실적이 없고 이를 만회해줄 담보가 없어 제대로 지원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의료글로벌진출펀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수적으로 운용실적이나 담보물 설정을 따지기보다 미래가치 창출 능력에 대한 실사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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