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죽산보 수위는 전날 내린 비로 3.51m까지 올라갔다.
시계가 오후 2시 정각을 가리키자 수위 상승을 경고하는 안내 방송과 함께 4개 수문 중 절반이 열렸다.
수문 2개가 40㎝ 높이로 들어 올려지자 닫힌 보 위로 쏟아지고, 열린 수문 아래로 빠져나간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는 영산강 본류로 합류다.
시간당 2∼3㎝씩 수위가 낮아지도록 조절된 죽산보 물 흐름은 물고기가 다니는 길목(어도·魚道) 높이인 2.9m에 도달하도록 1단계 목표가 맞춰졌다.
수문은 강물이 양수제약수위(양수장 취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수위)인 2.5m에 도달하면 일시적으로 닫혔다가 수위조절이 필요할 때마다 개폐를 반복했다.
정부가 수문개방 방침을 정하기 전까지 죽산보 수문은 홍수 등 수위가 4m 가까이 이를 때만 열리고 닫혔다.
같은 시각 500여m 떨어진 농경지에서는 농부들의 모내기가 한창이었다.
가족·친지와 함께 500마지기 논에 모를 심은 이재영(32)씨는 이날 열린 죽산보 수문이 벼농사와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 피부로 와 닿는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씨는 “강물을 흘려보내 녹조가 사라진다면 수문개방에 반대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다만, 꾸준히 물이 필요한 논농사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일”이라며 구슬땀을 흘렸다
자전거길을 따라 죽산보까지 온 나들이객 윤성만(68)씨 또한 죽산보 수문개방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윤씨는 “수위를 낮췄다가 유입되는 물 없이 가뭄이라도 만나면 어떻게 하느냐”며 “올여름 장마에는 비도 내리지 않을 거라던데 수문개방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녹조가 심하고 수자원 이용에 영향이 없는 6개 보를 이날부터 우선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수질예보제가 시행된 2012년 이후 영산강 수계에서는 당해 164일, 이듬해 65일, 2014년 19일, 2015년 52일, 지난해 99일 녹조가 발생했다. 승촌보 준공 시기는 2012년 4월로 알려졌다.
환경단체는 이날 수문이 열린 죽산보 주변에서 성명을 내 “수위 1m를 낮추는 정도로는 하천 본연 물 흐름이 회복됐다고 볼 수 없다”며 “완전 회복을 위해서는 모든 보를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