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4년 전 폐기된 선박금융공사 신설 신중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22회 바다의 날 행사에서 해양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공사 설립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과거 수차례 검토됐던 선박금융공사의 확장판이다. 선박금융에 그치지 않고 해양산업 전반에 걸친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국책금융기관인 셈이다. 선박 전문 국책은행 설립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줄곧 필요성이 제기돼온 사안이다. 대형선박 한 척 건조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므로 선박금융에 특화한 국책은행이 있어야 해운과 조선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그럼에도 공사 설립이 번번이 무산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금지보조금 시비에 휩쓸릴 수 있다는 현실적 제약 때문이다. 4년 전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임에도 결국 무역분쟁 소지 때문에 없던 일로 해버렸다.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정부가 100% 지원하는 공사를 세우면 WTO 보조금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는 조선 등 특정산업에 국한하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지만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마당에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해양산업 전체로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선박에 자금 지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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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신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할 사안이다. 금융공기업처럼 수조원의 혈세 투입이 뒤따른다면 더욱 그렇다. 한번 만들면 기능이 다해도 좀처럼 없애기 어렵고 기존 국책금융기관과 업무중복 가능성도 있다. 설령 신설 공사에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다 해도 국책은행의 비효율성을 본다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와 부실로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무능이 다시 한번 드러났지 않았는가. 설립 명분만 대자면 못 만들 공공기관이 없다. 해양산업의 논리만 보지 말고 통상분쟁과 금융경쟁력·산업형평성 측면에서 종합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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