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투자유치 불발…한·중 합작사 설립… 바이넥스 위기? 기회?

中 칭화동방 2,100억 증자 참여

"사드 무관" 호언에도 결국 무산

매물 쏟아지며 주가 급전직하

현지 합작법인 지분 계약 체결

예정대로 사업 순항한다지만

시장 신뢰회복이 관건될 듯

0215A14 바이넥스


바이오기업 바이넥스가 중국 칭화동방그룹의 대규모 투자 대신 합작회사(조인트 벤처) 설립을 결정했다. 투자유치 실패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회사 측은 ‘위기가 아닌 기회’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시장의 신뢰는 무너졌고 이를 회복하기 위해선 손에 잡히는 가시적 성과가 시급한 상황이다.


1일 바이넥스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11월 말 결정한 1,418만주, 2,1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사드(THADD·고고도방어미사일방어체계) 문제로 촉발된 한·중 관계 경색을 이유로 들었다. 바이넥스측은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동방강태산업그룹이 6월30일까지 신주 발행에 대한 주금납입을 계획했지만, 냉각된 한중 관계 때문에 기간 내 투자 종료가 어렵다고 판단해 유상증자 발행 결정을 철회했다”며 “사드 이슈가 잠잠해질 때까지 주금 납입일을 늦추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계속 미루면 계획했던 바이오의약품 개발 사업 등에 악영향이 갈 것으로 우려해 지분 투자 계약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장이(왼쪽) 칭화동방그룹 부사장(Senior VP)와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인천 송도 바이넥스 본사에서 중국 현지 내 전략적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공=바이넥스장이(왼쪽) 칭화동방그룹 부사장(Senior VP)와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가 지난달 31일 인천 송도 바이넥스 본사에서 중국 현지 내 전략적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제공=바이넥스


직접 투자를 철회하는 대신 칭화동방그룹의 의료·바이오 계열사인 ‘베이징화쿵캉타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바이넥스가 49%, 칭화가 51%의 지분을 갖게 된다. 대신 대표이사(총경리)는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가 맡는다. 이 회사는 2018년부터 신약과 시밀러(복제약) 등을 포함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을 시작하고 동시에 위탁생산(CMO)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현지에 대규모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본금을 100억원에서 2020년 1조원 규모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대해 바이넥스는 “당초 계획했던 합작법인 설립은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양사 간 협력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협력의 순서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투자 주체만 바뀌었을 뿐 직접 투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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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장의 판단은 다르다. 이번 증자 철회로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투자자들은 “사드 때문에 중국 투자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고, 회사측은 “중국 투자에 사드 영향은 없고, 중국 투자가 취소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설명했다. 사드는 계약 때부터 이미 이슈였고 그런 위험까지 감안해 일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실사도 끝나고 일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유상증자는 실패했다.

회사 측은 “합작법인이 기회”라고 말하지만, 투자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는 “(유증 외에)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계획들은 모두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며 “ 주주들이 믿어준다면 반드시 더 좋은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칭화동방과의 협력 관계 자체는 변함이 없고, 이번 결정으로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애초에 협력 관계를 논의하며 먼저 나온 안은 합작법인 설립이었지만 칭화동방 쪽이 바이넥스를 계열사로 편입한 후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방법을 찾다가 지분투자 계약을 먼저 체결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투자를 먼저 받고 법인을 설립해 협업하기로 한 과정을 합작법인을 먼저 설립하는 쪽으로 순서만 바꾼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칭화의 계열사가 아닌 바이넥스로 남을 경우 다른 파트너와의 협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기에 경영적으로는 유리해진 지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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