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웅~, 콰광.’ 국산 대전차 미사일 현궁의 마지막 발사 시험이 끝난 지난달 30일 경기도 포천 다락대. 국내 최대 종합 사격장인 이곳에 모인 연구진은 환성을 질렀다. 국방과학연구소(ADD) 개발팀 연구원들은 눈물까지 글썽였다.
마지막 품질인증 사격의 성공에 따라 현궁은 전방 2개 사단에 우선 보급될 예정이다. 야전 운용성 평가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배치가 시작된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현궁 개발을 공식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군과 방위사업청, ADD, 국방기술품질원 등과 양산업체인 LIG넥스원이 협력한 이 사업은 지난달 말 최종 사격 시험을 마쳤으니까 꼭 10년이 걸렸다.
대전차 미사일 개발·생산 경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불과 10년 만에 미국의 재블린, 이스라엘의 스파이크 급 이상의 고성능 미사일을 개발·배치했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까운 개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단기간에 개발을 마칠 수 있었던 요인은 관심과 예습. 군은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제 토(TOW) 대전차 미사일을 대체할 신무기에 관심을 보였다. ADD 연구원들은 이에 해외 기술 동향 등 자료에 수집에 나섰으나 막상 개발 착수에는 시간이 걸렸다. 예산 부족으로 사업 순위에서 밀린 탓이다.
군의 숙원 사업으로 굳어지던 분위기에서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된 뒤부터 ADD 연구원들은 밤낮없이 연구 개발에 매달렸다. 경량화와 이동표적 추적 알고리즘 개발이 가장 큰 난제였다. 군의 요구성능(ROC)도 가혹하리만큼 높았다. 난제를 하나씩 풀어가며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2014년 한 해 동안 ADD 개발팀은 주말과 휴가도 없이 연구실에서 먹고 자면서 피치를 올렸다. 점점 형태를 갖춰가면서 혹독한 실험과정도 거쳤다. ADD와 LIG 넥스원의 연구진이 영하30도에 폭설까지 몰아치는 강원도 홍천의 한 시험장에 고립돼 동사 위기를 넘긴 적도 있다.
연구개발 외의 역경도 적지 않았다. 양산업체의 하청사 한 곳이 1회 사용 후 폐기하게 돼 있는 계측 장비를 재사용하는 통에 감사원 조사를 받고 검찰에 고발된 적도 있다. 관련 업체의 연구원 한 사람은 ‘ADD에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까지 끊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연구개발이 마무리되고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몇몇 나라가 면허 생산 여부까지 타진하는 가운데 해외 사격 시험도 치러졌다. 사막의 모 국가에서 치러진 실사격 시험에서는 어떤 환경에서도 목표를 맞췄다. 특히 최종 두 발은 사용설명서만 읽은 해당 국가의 현역 군인이 직접 발사해 성공함으로써 조작과 운용의 편리성을 인정받았다.
ADD가 가장 심혈을 쏟은 분야는 신뢰성 확보. 제한된 예산 사정에도 전국의 시험장을 돌며 수십발을 시험 사격해 미국 재블린 미사일 개발 시 시험발사 수백발에는 절반 수준이지만 국내 개발된 다른 미사일과 비교할 때는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실사격을 거쳤다. 그만큼 기대가 컸다. ADD는 앞으로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헬리콥터 탑재형과 방호력을 갖춘 장갑차량 실내 발사형, 탄두 다양화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군은 2022년까지 현궁 미사일 배치를 마칠 계획이다. 5,000발의 토 대전차 미사일과 경협차관 상환용으로 받은 러시아제 메티스 M 미사일, 106㎜·90㎜ 무반동총이 대체 대상. 사단급 화력인 대전차 미사일이 대대급까지 보급된다는 얘기다. 군의 대전차 전력도 획기적으로 증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방산업체 매출과 고용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발사장비와 미사일의 초도 생산물량만 1조원대 이상. 대대급까지 보급을 완료하고 헬리콥터 탑재형까지 개발되면 구매 규모는 훨씬 커질 수 있다.
현궁의 개발 성공에 자극 받은 미국과 이스라엘 등이 수입 국가들에 덤핑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수출은 내수의 최소 두 배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 경우 현궁은 국산무기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갖은 역경과 오해, 한정된 예산에도 연구원들이 땀 흘린 결과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