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엊그제 규제에 대해 내놓은 입장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규제개선 방향과 관련해 “대기업은 어차피 잘 지내고 있으니 잘 나가게 두고 다소 약한 중소기업, 서민들(을 위한) 규제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규제 철폐가 아니라 규제 재설계를 강조한 것도 그렇거니와 언뜻 대기업은 실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한 대목이다. 실제 새 정부 들어 나오는 정책을 살펴보면 온통 대기업을 규제하고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면세점 규제, 비정규직 과다고용 대기업에 대한 고용부담금, 대기업을 감시하는 기업집단국 신설, 카드사 수수료 감면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러니 새 정부가 대기업은 악이고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새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안 되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새로운 규제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신뢰도가 떨어지거니와 어떻게 미래를 이끌 신성장동력을 창출할지도 의문이다. 기술 융복합 시대를 맞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역차별이자 시대착오적인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면 더 큰 피해가 납품 중소기업에 돌아가고 협력업체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우리의 4차 산업혁명 준비가 규제에 가로막혀 42위인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새 정부는 집권 이후 줄줄이 내놓은 편향적 정책이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최대 걸림돌이라는 사실부터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