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이 정씨가 현 시점에서 구속될만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검찰의 국정농단 재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2일 검찰이 청구한 정씨의 구속 영장 실질심사를 마친 뒤 3일 오전 1시27분께 구속 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영장이 청구된 범죄 사실에 따른 피의자 가담 경위와 정도 증거 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판사는 지난 3월 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법관이다.
정씨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3시간40분간 진행된 영장 심사에서 “돈도 실력이다” 등 과거 언행에 대해 눈물로 뉘우치는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최씨와 정씨를 변호하는 이경재 변호사는 심사 뒤 기자들과 만나 “정씨는 ‘무엇을 잘 모르고 말을 벹은 게 파동을 일으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며 “자기 일 때문에 여러 사람에게 상처와 허탈감을 준 일을 반성한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정씨는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각종 혐의는 최씨에게 돌리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다. 검찰은 그에게 이화여대·청담고 학사 특혜와 관한 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검찰은 정씨가 덴마크에서 차명폰으로 조력자들과 통화하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범행 관련 자료를 폐기한 정황도 지적하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정씨에 대한 구속 수사에 실패하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나 최씨 국정농단 의혹 재수사에도 쓰나미급 여파가 예측되고 있다. 정씨는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가장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아울러 정씨가 불구속되면서 “딸은 죄가 없다”는 최씨측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지니게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는 “어머니와 전 대통령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몰라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검찰이 무리하게 정씨에게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고개를 들 경우 향후 국정농단 재수사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는 최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국정농단 핵심 혐의자들에 대한 재수사를 천명했는데 법원이 정씨의 불구속 결정으로 제동을 걸면서 재수사 동력을 일정 부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안현덕·이종혁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