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논란이 일고 있던 호주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찬바람이 불며 국내 해외 부동산 펀드에 경고등이 켜졌다. 당장은 호주 주정부의 규제가 외국인 주택 구입에 한정돼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한 국내 해외 부동산 펀드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이번 규제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수익률 하락은 물론 펀드 상환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당국도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다. ★본지 6월1일자 11면 참조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대 도시 시드니를 포함하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는 지난 1일(현지시간) 외국인 주택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특별부가세를 현행 4%에서 두 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중국 투자자들이 대규모의 주택을 매입해놓고 잔금을 치르지 않는 등 채무불이행을 일으켜 시행사나 시공사들이 파산에 들어가는 일이 빈번해지자 ‘제2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우려된 데 따른 조치였다. 부동산시장 가치 급락을 염려한 호주 알타이어애셋매니지먼트는 수억 호주달러 상당의 펀드를 미리 정리해 고객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호주 부동산 투자는 지난 2015년부터 연기금 등 ‘큰손’들이 들어오며 급증했다. 호주 부동산 시장이 낮은 금리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부동산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높은 국가신용도와 정부의 투명한 부동산 정책, 호주 정부가 외국인투자가에 대해 세제를 완화해준 점 등도 매력적인 투자 요인이었다. 2년 동안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한 금액은 약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국내 자산운용사가 결성한 펀드를 통해 투자하기도 하고 호주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월 국내에서 유일하게 호주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미래에셋맵스호주부동산투자신탁2호’를 출시해 1,316억원을 모았다. 사모펀드 형태나 금융사가 직접 투자한 사례 중에는 NH투자증권(005940)이 호주 시드니 울워스 본사사옥에 3,322억원을, 적십자 빌딩에 1,000억원을 투자했고 공무원연금이 롯데손해보험과 호주 멜버른 국세청 빌딩에 1,400억원을 투자했다. 일단 국내 금융사나 연기금 측은 투자한 부동산에 호주 정부기관이나 준정부기관들이 장기 임대를 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우량 자산에 투자했기 때문에 호주 정부 규제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해외부동산 펀드가 해당 국가의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만기 이후 몇 년이 지나도 상환을 하지 못하는 ‘좀비펀드’로 전락한 사례도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WW베트남부동산은 2014년 2월이 만기였지만 부동산 매각이 차질을 빚으며 3년이 지난 지금도 청산을 못하고 있다. 환율도 리스크 요인이다. 2012년 설정된 ‘미래에셋맵스프런티어브라질’은 5년 수익률이 -53.34%다. 최종 수익률은 만기 시점인 2019년 결정되지만 브라질 헤알화의 가치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해외 부동산 펀드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월 자산운용업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을 올해 중점 검사사항으로 삼겠다고 밝힌 뒤 부동산 등 부실 우려 자산의 편입 비중이 높은 펀드와 차입형 토지신탁 등의 운용 실태에 대한 점검을 지속하고 있다. 또 이전보다 투자심사를 강화해 투자 후 수익이나 손실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 새로운 리스크가 부상하지 않는지 등을 따져보고 있다. .
/박시진·조양준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