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변종 불법대부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막대한 이자를 감당하는 일반 불법대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피해인식이 낮지만 대포폰 등으로 악용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 제10단독 김기동 판사는 일명 ‘휴대전화 내구재 대출’을 한 강모(44)·안모(41)씨에게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각각 500만원과 250만원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휴대전화 내구재 대출을 통해 지난 2016년 4월부터 약 4개월간 총 39차례에 걸쳐 약 4.060만원을 불법대부한 혐의를 받는다.
휴대전화 내구재 대출은 일종의 ‘휴대전화깡’으로 변종 대부업으로 분류된다. 대부업자는 예를 들어 판매가 12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을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이름으로 개통시킨 뒤이를 현금 80만원에 되사는 식으로 돈을 융통해준다. 이들 대부업자는 40만원가량 차익을 얻을 뿐 아니라 이후 중국 등에 중고전화로 되팔면서 추가수익을 챙긴다. 이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휴대전화 대리점 운영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고리의 불법대출과는 다르나 대부업법 적용을 받는 변종 대부업”이라며 “수수료 여부와 지급액 수준 등은 업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본 골격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와 같은 변종 대부업은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불법대부업으로 총 43명을 형사 입건했다. 이 중 휴대폰깡 및 소액결제 등 변종 대부업으로 적발된 경우는 16명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1위를 차지한 ‘무등록 불법 대부업 광고(영업)’ 19명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장기간 경기침체와 저금리로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층이 불법사금융을 찾으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 2016년 10월 발표한 한국갤럽 설문조사에 따르면 당시 기준으로 약 43만명이 24조1,000억원을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전년도 추정치인 33만명, 10조5,000억원에 비해 1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휴대전화 변종 대출로 자칫 요금폭탄은 물론 대포폰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의 한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명의로 개통된 전화가 대포폰으로 유통되기도 한다”며 “결국 피해자 명의 전화이기 때문에 많게는 수 백만원의 요금이 청구되기도 해 체납될 경우 신용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일반 불법대출 못지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