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작품은 연속성을 가진다. 갓을 쓴 남자로 유명한 ‘역마살’ 연작 이외에도 ‘가족’ 시리즈, ‘집’ 연작 등이 작가의 점점 깊어지는 감성과 격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를 보여준다. 사람 키만 한 공간을 사이로 마주 보며 전시된 ‘낮잠(1998)’과 ‘낮잠 좀 자지 마세요(2005)’를 보면 자연스레 가벼운 미소가 입가에 맺힌다. 초연한 듯 팔베개를 하고 자는 청년이 등장하는 ‘낮잠’은 IMF 시대의 자화상이다. 문 닫힌 시골 분식점 앞 ‘낮잠’에 등장했던 남성에 빨간색으로 X를 그린 표지판을 그린 ‘낮잠 좀 자지 마세요’는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활력을 찾은 우리 사회의 명과 동시에 급격한 도시화로 무너지고 있는 시골 특유의 풍경이란 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극단적 단순화가 대세인 현대 미술에서 그의 민중화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의 작품에는 글이 등장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묘사한 그림과 함께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용산참사를 거쳐 세월호 참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탄핵까지 우리 사회의 굴곡들을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로 기록한다. 신체 없는 양복은 실체 없이 한 나라를 흔드는 인물들의 오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