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담담한 붓질, 묵직한 메시지

■ 민중화가 노원희 개인전

세월호 참사 ·광주 민중항쟁 등

우리시대의 아픔 화폭에 담아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보게 될 것”이라 했다. 어느덧 70세를 바라보는 노원희 작가의 ‘청와대 길목1(2014)’은 본인의 이전작 ‘파묻히는 사람들(1986)’과 놀랍도록 유사하다. 강렬한 색채로 세월호 참사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상의 여리고 어두운 부분을 붓으로 어루만진 작가, 노원희가 서울 구기동 아트스페이스 풀에서 내달 2일까지 개인전을 가진다. 신작 20여점을 포함. 총 45점을 10년 만에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노원희 ‘청와대 길목1(2014)’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풀노원희 ‘청와대 길목1(2014)’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풀




노원희 ‘파묻히는 사람들(1986)’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풀노원희 ‘파묻히는 사람들(1986)’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풀


그의 작품은 연속성을 가진다. 갓을 쓴 남자로 유명한 ‘역마살’ 연작 이외에도 ‘가족’ 시리즈, ‘집’ 연작 등이 작가의 점점 깊어지는 감성과 격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를 보여준다. 사람 키만 한 공간을 사이로 마주 보며 전시된 ‘낮잠(1998)’과 ‘낮잠 좀 자지 마세요(2005)’를 보면 자연스레 가벼운 미소가 입가에 맺힌다. 초연한 듯 팔베개를 하고 자는 청년이 등장하는 ‘낮잠’은 IMF 시대의 자화상이다. 문 닫힌 시골 분식점 앞 ‘낮잠’에 등장했던 남성에 빨간색으로 X를 그린 표지판을 그린 ‘낮잠 좀 자지 마세요’는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다시금 활력을 찾은 우리 사회의 명과 동시에 급격한 도시화로 무너지고 있는 시골 특유의 풍경이란 암을 동시에 보여준다.


극단적 단순화가 대세인 현대 미술에서 그의 민중화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그의 작품에는 글이 등장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묘사한 그림과 함께 세상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다.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용산참사를 거쳐 세월호 참사,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와 탄핵까지 우리 사회의 굴곡들을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로 기록한다. 신체 없는 양복은 실체 없이 한 나라를 흔드는 인물들의 오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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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희 ‘사발면이 든 배낭(2016)’/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풀노원희 ‘사발면이 든 배낭(2016)’/ 사진제공=아트스페이스 풀


노원희 ‘관객중에(2017)’노원희 ‘관객중에(2017)’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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