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권리’란 인터넷 이용자가 포털 게시판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린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러한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포털사이트나 탈퇴한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 동영상을 마음대로 쉽게 삭제할 순 없다. 당시는 뜻 없이 올린 글이 어느 순간 개인에게 치명적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권이 바뀌면 행정부가 물갈이를 하는데 고위직의 경우 대부분 네티즌들로부터 디지털 검증을 혹독하게 받는다. 어딘지도 모를 곳에 과거 써 놨던 글 한 줄로 낙마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디지털 장의사의 도움을 받아 문제되는 글을 삭제하는 것이다.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이 원치 않는 인터넷 기록이나 죽은 사람의 인터넷 흔적들을 정리해주는 신종 직업으로 일명 ‘디지털 세탁소’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2016년 4월 29일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법제화를 위한 첫 발을 뗐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는 본인이 작성한 글(댓글 포함)이나 사진, 동영상 등 게시물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게시판 관리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작성자가 사망했을 때는 생전에 본인이 지정한 특정인이나 유족 등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국내 정보통신법 제44조2에서는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으로 권리가 침해된 경우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해 삭제나 반론 게재를 요청할 수 있다. 개인이 하기 어렵고 번거로운 일련의 과정을 대행해 주는 것이 디지털장의사다. 디지털장의사는 고객 요청에 따라 인터넷상의 개인정보가 침해되거나 명예훼손에 관련된 글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합법적으로 삭제요청을 하는 대행사업자다.
인터넷 상 각종 SNS, 커뮤니티 등 온라인 활동이 활발할수록 개인 정보 노출과 명예훼손 빈도가 많이 질 수 밖에 없다. 인터넷상 흔적은 시간이 지날수록 찾아서 제거하는 일이 쉽지 않다. 때문에 보다 전문적인 인터넷 분석능력을 보유한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디지털장의사의 업무 영역은 커뮤니티의 악성 게시물과 댓글을 삭제고 원치 않는 불법 동영상을 지워 추가 유출을 막는다. 또 SNS에 올라 온 개인 신상과 피해가 우려되는 글들을 차단하거나 삭제한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는 원치 않는 게시 글이 검색 되지 않도록 블라인드 처리를 대행한다. 특히 언론에 의해 개인이나 기업의 이미지에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기사에 대해서도 차단, 삭제 등 관리를 진행한다.
디지털장의사는 의뢰자의 삭제대상 정보 URL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개인정보, 명예훼손 요인을 판단해 삭제처리를 진행한다. 네이버나 구글 등 포털사이트 게시물이나 웹하드, P2P 게시물 등 삭제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삭제까지 소요기간은 짧게는 단 몇 분에서부터 길게는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유출동영상 삭제요청은 긴급을 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출되는 즉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삭제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디지털장의 업체인 탑로직 박용선 대표는 “한 줄의 악성댓글이나 사생활 침해 동영상 유출은 한 사람의 삶을 산산조각 나게 하고 생명까지 잃게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고객들의 요청을 받은 때는 119 소방관의 심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름다운 디지털문화를 만들자’는 슬로건으로 20년 동안 온라인마케팅과 디지털장의업을 하는 전문가로 대학원에서 디지털 애널리틱스를 전공하고 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