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까치발소년의 이름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짧은 글과 영상이 온라인을 들끓게 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프로듀스101 시즌2’가 지금처럼 뜨겁지 않았던 시절 해당 게시물은 무려 2만 회 이상 리트윗되면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그렇게 박성우는 본인의 이름 석 자보다 ‘까치발 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됐다.
“처음에는 그렇게 화제가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맨 뒷줄에서 까치발을 하며 빼꼼이 앞을 보다가, 옆에서 팬이 찍는 카메라를 발견한 뒤 이를 바라보며 수줍게 웃는 박성우의 모습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뒤흔들기 충분했다. 짧은 순간 박성우에게 마음을 빼앗긴 후 국민프로듀서의 취직한 많은 이들은 수소문에 나섰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그의 이름과 소속사, 그리고 88년생이라는 나이가 알려졌고, 그렇게 그는 ‘까치발소년’에서 ‘까치발청년’으로, 그리고 ‘치발이오빠’로 변화해 나갔다.
“까치발소년이라는 별명이 감사했어요. 관심이 있으니 별명으로 불러주시는 거잖아요. 그 자체가 참 감사한 일이었죠. 물론 이름을 잃기는 했지만.(웃음) 지금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인 ‘까치발 소년’ 덕분인 것 같아요. 이제는 박성우로서 열심히 제 길을 구축해 나가야겠죠.”
‘까치발청년’ 박성우의 또 다른 별칭은 ‘프로듀스101 시즌2’의 개국공신이다. 101명 연습생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림과 동시에 ‘프로듀스101 시즌2’의 얼굴이 되어 인기를 견인해 나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 바통이 여러 연습생들에게 전해졌지만, 당시 파급력과 ‘얼굴이 다한’ 매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화제의 영상은 정말 우연한 기회로 찍히게 됐다. ‘프로듀스101 시즌2’ 출연 연습생을 첫 공개하는 상암동 홍보에 나섰던 박성우는 첫 인사를 하는 촬영에서 운 좋게 카메라에 얼굴을 온전히 알릴 수 있는 앞 자리를 선점했었다. 하지만 이내 큰 키가 뒷사람을 가린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그렇게 뒤로 밀리던 그는 결국 맨 뒷자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하면 머리카락도 안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박성우가 그 자리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얼굴이 나오기 위한 ‘까치발’이었다.
“까치발이라도 들고 있으면 제 얼굴이 카메라에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발을 계속 들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눈 밖에 안 보이겠더라고요. 아쉽기도 하고 막힌 것만 보고 답답해서 옆을 봤는데 횡 비어있어서 시원했어요. 그러다 핸드폰으로 저희를 촬영하시는 분을 보게 됐는데 무척 반가웠고 그래서 인사를 드리려고 했죠. 그 순간 문득 까치발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떠올랐고, 바둥바둥 하는 제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해서 쑥스럽더라고요. 처음에는 사진을 찍으시는 줄 알았는데, 그게 영상으로 나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웃음)”
제일 먼저 이름을 알린 박성우였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그가 첫 기획사별 퍼포먼스 때 보여준 비의 ‘널 붙잡을 노래’는 엄밀하게 말해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오죽하면 팬들 사이에서도 ‘흑역사’라고 말할 정도. 오랜만에 첫 기획사별 퍼포먼스를 언급하자 박성우는 민망한 듯 소탈하게 웃으며 준비하기까지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비 선배님께서 몸이 좋으시잖아요. 그래서 몸을 만들었어요. 단기간에 몸도 만들고 춤도 외우고, 노래도 소화해야 했고…동시에 많은 것을 소화하려니 시간이 많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도 나름 열심히 준비한 퍼포먼스였어요.”
팬들도 두 번은 못 본다는 유명한 기획사별퍼포먼스였지만, 그럼에도 남은 것은 있었다. 바로 열심히 노력하는 그의 얼굴과 탄탄한 복근이었다. 자리를 잘 잡은 복근인 만큼 꽤 오랜 시간 운동을 준비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 외로 이 같은 복근이 자리 잡은 것은 ‘프로듀스101 시즌2’에 출연을 확정하고 나서부터였다. 짧은 시간 그의 말마따나 ‘빡센’ 준비를 해 박성우의 말에 새삼 그가 굉장한 노력파라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았다.
실제 박성우는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 손에 꼽히는 노력파 연습생 중 한명이다. 그와 함께 포지션평가를 준비한 노태현 연습생은 ‘프로듀스101 시즌2’ 비하인드 영상을 통해 “어쩜 저렇게 열심히 할까.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열심이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언급하니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던 박성우는 “부족하니까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 그 장면이 선명하게 기억나요. 연습을 하고 있는 태현이가 캠코더로 찍고 있더라고요. 촬영 당시 경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단순하게 안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박자도 맞춰야 하고 노래를 하지는 않지만 가사도 입에 붙어야 했고, 표정 등 외적인 요소들도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았어요. 완성도 있는 무대를 위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쉴 수가 없었어요.”
박성우는 당시를 떠올리며 “정말 절실 했었어요”라고 말했다. 잠을 자는 시간도 아까웠다. ‘프로듀스101 시즌2’ 촬영을 하면서 가장 즐겨 마셨던 음료는 에너지 드링크. 이유는 조금이라도 잠을 깨기 위해서였다. 평소 잠이 많은 박성우였지만 촬영기간 그의 평균 수면시간은 고작 1~2시간 뿐. 이는 합숙기간 뿐 아니라 숙소를 나와서도 똑같았다. “할 수 있는 것이 연습시간을 확보해서 연습을 하는 것밖에 없었어요”라고 말한 박성우는 쉼 없이 밤을 새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박성우의 놀라운 연습량에 놀라자 그는 “그런데 저 뿐만이 아니라 모든 연습생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도대체 무엇이 그 좋아하는 잠까지 포기하게 만든 것일까.
“사실 몸이 피곤한 건 조금 지나면 회복이 되는데, ‘지금 무대’는 돌이킬 수 없는 거잖아요. 후회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부족한 것도 알고,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니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더라고요. 실력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 덕분에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첫 기획사별 퍼포먼스에서 첫 그룹배틀인 ‘내꺼하자’ 그리고 포지션평가무대였던 ‘Shape of you’까지. 그는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물론 여전히 실력이 좋은 연습생들 사이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영상은 박성우의 성장을 분명하게 담아내고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Shape of you’에서는 ‘내꺼하자’에서 느꼈던 아쉬운 부분을 극복하고 싶었어요. ‘내꺼하자’는 그냥 노력했다면 다음에는 아쉬운 부분을 보안해 ‘죽을 만큼’ 노력해보자 싶었어요.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죠.”
그는 무대에 대해 늘 아쉽다고 했다. “늘 뭔가 할 때마다 ‘했다’하는 성취감도 있는데 아쉬움이 더 컸어요”라고 말한 박성우는 “무대에 오르는 한 늘 가지고 가는 숙명인 것 같다”고 웃었다.
“많은 분들께서 ‘Shape of you’ 때 잘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제 눈에는 아쉬운 부분이 잘 보이더라고요. 조금 더 잡고서 했으면 더 좋은 무대가 나왔을 텐데 싶었어요.”
‘프로듀스101’ 출연을 결심한 이후 혹시 목표로 하는 등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없었다”고 말했다.
“등수에 대한 목표는 없었어요. 등수가 아닌 무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연습을 해 왔었죠. 다행히 밥도 맛있었어요. 이전보다 더 멋있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박성우는 요즘 나날들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으며, 덕분에 더욱 감사한 일들도 늘어났다.
“‘프로듀스101 시즌2’ 출연 전과 지금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껴요. 사실 살면서 이렇게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고요(웃음)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냥 요즘은 모든 것이 감사한 일 뿐이네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