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위원회는 사회적 약자인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만든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기구다. 을지로위원회가 활발한 현장활동을 통해 불공정한 거래관행을 공론화한 것은 성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을지로위원회를 거론한 것도 공무원의 탁상공론에 따른 폐해를 없애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직사회에 을지로위원회를 본받으라고 지시한 것은 느닷없다. 공무원에게 정치인을 벤치마킹하라는 인식 자체도 그렇거니와 을지로위원회가 국회의원의 입김을 앞세워 일방의 편을 들거나 무리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해 분란만 키운다는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항상 을의 입장만 거들면서 반강제적인 중재 역할에 골몰하다 보니 또 다른 ‘슈퍼 갑’의 행태를 보인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잖아도 정부 정책에는 기업이 없고 노조 목소리만 반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울어진 J노믹스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런 터에 새 정부의 핵심 실세가 을지로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눈치 빠른 공무원들에게 잘못된 정책 신호를 줄 수도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행정도 점점 복잡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수록 정부 정책은 국익의 관점에서 어느 일방의 편을 들지 말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금은 갈등을 조정하고 당사자들을 설득해가는 과정의 공정성이 더욱 중요한 시대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골고루 듣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탁상공론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