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부동산114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의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1,212만원으로 1년 전의 1,154만원에 비해 58만원(5.0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5년 5월~2016년 5월의 상승률(3.59%)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서울에서 중대형 아파트 가격의 오름폭은 더 컸다. 지난 1년 새 3.3㎡당 2,026만원에서 2,193만원으로 8.24% 상승해 전년 상승률 3.68%(1,954만원→2,026만원)의 두 배를 넘었다.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는 일종의 ‘계륵’으로 여겨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 불황이 이어지자 가격이 비싸고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큰 집은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은 것이다. 1~2인 가구 비중이 급격하게 커지고 건설사들이 특화설계 등을 적용해 중소형 아파트의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것도 중대형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분위기가 반전되는 모습이다.
가장 큰 이유로는 중대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급격하게 줄면서 희소성이 부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3년간 중대형의 거래 건수는 △2014년 2만6,071건, △ 2015년 2만964건, △ 2016년 3만3,776건 등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공급(분양물량 기준)은 △ 2014년 4,317가구, △2015년 3,884가구 △2016년 2,911가구 등으로 감소했다.
아파트 값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중대형 역시 이런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해석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최근 아파트 값이 전반적으로 급격하게 오르는 데 힘입은 일종의 낙수효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가격이 많이 오르자 중대형의 가격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진 요인도 있다.
경기 불황이 역설적으로 중대형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측면도 존재한다. 전세난이 심화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세대통합형 거주’의 증가 추세가 큰 집의 인기를 높인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주거비 부담 등을 이유로 부모 세대와 함께 거주하는 ‘리터루족’이 증가하는 현상을 중대형의 인기 현상에서 빼놓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다 보니 분양시장에서 중대형 청약률이 소형보다 높게 나온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 4월 분양한 ‘충주호암 우미린 에듀시티’는 전용 119㎡가 청약에서 마감된 반면 84㎡는 미달 사태가 빚어졌다. 지난해 12월 서울 동작구에서 분양된 ‘사당 롯데캐슬 골든포레’는 전용면적 97㎡B 타입이 9.5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용면적 59㎡A 타입 경쟁률 5.16대1보다 높았다.
다만 앞으로 중대형의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중대형의 주요 수요층은 자금 상황이 여유로운 중산층 이상”이라면서 “주택시장에 외부적인 충격이 없다면 중대형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수석위원은 “이미 주택시장 주도권은 중소형에 넘어간 상태”라며 “중소형의 추세를 따라가는 것 이상의 역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