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민의 상처를 보듬기 위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나라에 헌신한 국민이나 국가적 재난·사고 희생자 및 가족 등을 향한 위로와 보상을 다짐하는 메시지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여론 끌어안기에 나서고 있다.
이는 ‘국민만 바라보고 정치를 하겠다’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구현하면서도 여론의 힘을 빌려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현 정부는 검찰·국방개혁과 사정 드라이브 등으로 정국을 ‘강 대 강’ 국면으로 경색시킨데다 80%대 중후반까지 치솟던 국정 지지율도 70%대로 하락해 국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6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한 구의 유골이라도 반드시 찾아내 이곳에 모셔 명예를 지켜드리겠다”며 “베트남 참전용사의 병과 후유장애도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로,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이다.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행사에 대한 의전 절차도 개선하기로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훈포장 수여식을 하는 모든 국가행사에서는 수령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무대에 올려 기쁨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가보훈처의 위상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에 대한 처우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메시지다. 또 이들을 보듬어 보수·진보로 대립하는 이념 갈등의 골을 메우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등 국가의 관리·감독 소홀로 피해를 당한 희생자와 유가족들 치유에도 나서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지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와대 사회수석실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2명에 대해 순직 인정 절차를 밟으라는 대통령의 업무지시에 따라 순직 인정 근거를 마련한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는 지지율을 끌어올려 이를 발판 삼아 고강도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와 관련한 국방부의 보고 누락 문제를 단초로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검찰개혁 및 4대강 감사 지시 등도 추진하려면 국정 장악력이 필수다. 국민의 감성을 부드럽게 보듬는 ‘소프트 터치’로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