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인터뷰①]‘악녀’는 ‘박쥐’에 이어 김옥빈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까?

“정말 죽을 만큼 힘들게 찍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람들이 이 배우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작이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안에 ‘악녀’가 들어가면 행복할 것 같아요.”

2009년 ‘박쥐’에 이어 2017년 ‘악녀’로 두 번째 칸 입성의 쾌거를 이룬 진정한 액션 여제 김옥빈이 최정예 킬러 ‘숙희’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배우 김옥빈/사진=조은정 기자배우 김옥빈/사진=조은정 기자


서울시 중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옥빈은 “촬영하면서 힘든 날의 연속이었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액션 영화를 더 많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나고 2주 만에 현장이 너무 가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더라. 3개월 동안 액션 스쿨에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으면서 검술, 쌍검, 오토바이까지 다양한 액션을 배운 걸 다시 써 먹고 싶어졌다. 몸을 쓰는 영화들을 하나씩 다 섭렵해보고 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스포츠 영화라든지 뮤지컬 영화도 좋겠다.”

8일 개봉을 앞둔 정병길 감독의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

감독은 한국의 ‘매드맥스’와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김옥빈은 대부분의 액션 영화들을 섭렵했다고 한다. 영화 ‘루시’, ‘원티드’ ,‘롱키스 굿나잇’은 물론 미국 드라마 ‘미씽’과 ‘앨리어스’도 찾아봤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조 라이트 감독의 ‘한나’가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영화를 찍은 70회차 중 김옥빈은 61회차의 액션을 스터트맨 도움 없이 직접 소화해낸 그는 한국적 액션 판타지의 신세계를 열었다.

특히 ‘악녀’의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가 해외는 물론 국내 언론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좁은 복도에서 ‘숙희’(김옥빈)가 혼자서 다수의 장정을 거침없이 쓰러트리는 1인칭 시점의 연출에 평단의 뜨거운 호평이 이어졌다.

정병길 감독이 슈팅 게임에서 차용한 1인칭 시점 촬영의 과감한 시도는 관객들에게 ‘이 사람이 누구인지’. ‘도대체 왜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지’ 등 초반부터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몰입도를 한껏 높인다. 오프닝 시퀀스는 동원된 인원만 무려 115명 이상이다. 한 회차를 촬영할 때마다 20여명의 상대배우가 ‘숙희’의 손에 죽어나갔고 실제로 상영되는 편집본에서는 약 70여명이 그녀의 손에 처리된다.

“배우 개인적으로도 신나면서도 섬짓했던 장면이에요. 영화 ‘올드보이’ 최민식 선배의 유명한 장도리신을 1인칭 시점으로 바꾸면 이런 신이 되지 않을까? 조직원들이 비처럼 쏟아져 나오는 데 그 사람들의 눈이 돼서 정면에서 바라본다면 이런 그림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 이 오프닝 장면이 일반 액션 영화에서 가끔 보이긴 하지만 길게 쓰이진 않아요. 감독님이 오프닝부터 초반에 강력하게 인상을 심어주고 가고 싶어하셨는데 성공적이긴 것 같아요.”


‘악녀’는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되어 136개국에 선판매 되는 것은 물론, 미국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문의까지 이어져 화제가 된 영화이다. 감각적인 액션을 소화한 김옥빈은 ‘박쥐’ (감독 박찬욱) 이후 8년만에 영화의 본고장, 프랑스 칸 영화제를 찾았다. 외신들은 동양에 대한 판타지를 넘어선 강렬한 여성 파워를 지닌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에 신기해 했다고 한다. 칸에서의 시간은 순간 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을 정도로 행복의 연속이었다.

관련기사



“8년 전에는 어리고 잘 몰랐기 때문에 칸에서의 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어요. 이번 뤼미에르 극장에서 ‘악녀’가 상영할 때는 이 시간이 영원히 안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던걸요. 전에는 영화가 끝난 뒤에 사람들이 박수를 쳐도 그냥 치는구나 했었는데 지금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 김옥빈/사진=조은정 기자배우 김옥빈/사진=조은정 기자


김옥빈은 제 1회 네이버 얼짱 선발대회에서 네이버 상을 수상한 이후 영화 2005년 ‘여고괴담4’의 주연으로 출연하며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드라마 유나의 거리(2014), 칼과 꽃(2013), 오버 더 레인보우(2006), 안녕하세요 하느님(2006), 하노이 신부(2005) 등에 출연했으며, 영화 소수의견(2015), 열한시(2013),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3), 시체가 돌아왔다(2012), 고지전(2011), 여배우들(2009), 박쥐(2009), 1724 기방난동사건(2008), 다세포 소녀(2006)등으로 여배우로서 실력을 인정 받았다.

12년간 김옥빈이 출연한 작품은 많지 않다. 꾸준히 1년에 한편씩 작품에 출연하고자 했다. 하지만 대중은 ‘박쥐’의 김옥빈을 가장 먼저 기억한다. 이번 ‘악녀’로 인해 그녀의 대표작을 다시 한번 갈아 치울 듯 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람들이 이 배우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작이 세 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 안에 ‘악녀’가 들어가면 행복할 것 같아요. 제가 다른 배우들의 필모그래피에 비해 작품 편수가 많은 편은 아니에요. 이런 작품만 하겠다고 따지면서 작품을 하거나 하진 않아요. 영화 작업은 미리 찍어놨는데 개봉일이 뒤로 밀리기도 하고 ‘일급비밀’ 같은 경우는 개봉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하고 싶은 게 많아요. 라디오도 하고 싶고, TV예능도 하고 싶고, 새로운 도전은 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박쥐’의 태주와 ‘악녀’의 숙희가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두 인물 모두 다시 만나기 힘든 강렬한 캐릭터이다. 이에 대해 단번에 김옥빈은 “당연히 태주가 이긴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태주는 악마적 기질이 있다. 숙희는 액션의 능력만 뛰어나지 마음은 여리다. ‘악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인물이 바로 숙희다. 태주랑 숙희의 멘탈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정신이 더 무서운 태주가 이기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액션 자체는 숙희가 이긴다. 아! (‘유나의 거리’)유나에게 초능력을 주면 달라지겠네요.”

한편, 강렬한 오프닝부터 123분간 눈을 뗄 수 없는 액션의 향연이 펼쳐지는 영화 ‘악녀’는 6월 8일 개봉한다.

→[인터뷰②]에서 계속...‘악녀’ 김옥빈, 밤길이 무섭지 않은 여배우 1호?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