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부터 모바일메신저까지…모든 생활 영역에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스며든다.’
국내외 정보기술(IT) 업계가 하나의 플랫폼(기반 서비스)에서 모든 쇼핑 과정을 처리하는 ‘커머스 4.0’ 시장에서 미래를 엿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주력 플랫폼 사용자를 확보한 IT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할 종착점으로 ‘쇼핑 사업’을 선택한 것이다. 쇼핑은 모든 사용자가 관심을 보이는 콘텐츠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국내 포털 검색의 33% 이상은 쇼핑 관련 키워드가 차지한다. 포털과 모바일메신저 등에서 사용자가 쇼핑 검색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광고매출 기회가 생기고 거래중개 수수료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게 IT 업체들의 판단이다.
IT 기업들이 커머스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게 된 데는 기술 발전에 따른 영향이 크다. 인터파크(108790)가 지난 1996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쇼핑몰을 연 ‘커머스 1.0’ 시절에는 상품을 사고 받아볼 때까지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다. 예를 들어 포털사이트에서 ‘인터파크’를 검색한 뒤 웹사이트에 들어가 또다시 상품을 찾고 나서야 구매 결정이 가능했다. 결제하려면 은행에 직접 가거나 전화를 걸어 ‘폰뱅킹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다. 인터넷쇼핑몰이 무통장입금이나 계좌이체를 확인한 뒤에 택배업체에 배송을 의뢰하기 때문에 상품 도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판매자와 구매자 간 중개 역할을 한 ‘커머스 2.0’ 개념인 ‘오픈마켓(공개장터)’이 등장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특정 상품의 공동구매 의사를 알아보고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커머스 3.0’인 ‘소셜커머스’가 2010년대 들어 인기를 끌었지만 정작 쇼핑의 편의성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접 상품을 판매한 경험은 없지만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첨단기술까지 접목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IT 기업들이 틈새를 노리고 있다. 네이버의 월간 검색 사용자 수는 3,500만명에 달하며 카카오(035720) 모바일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국내 가입자는 4,200만명을 넘는다.
네이버는 쇼핑 검색에 특화한 서비스인 ‘네이버쇼핑’의 기능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쇼핑 검색 결과를 웹 페이지 상단에 표출하고 있으며 올 3·4분기 중 상품 사진을 찍으면 구매 가능한 온라인쇼핑몰을 찾아주고 자사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로 간편결제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오프라인 매장에 찾아갈 필요 없이 포털 검색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해 소비자를 묶어두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커머스 서비스를 추가해 사용자의 쇼핑 접근성을 높였다. 올 3월 프랜차이즈 음식을 카카오톡으로 주문할 수 있는 ‘주문하기’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이마트와의 제휴로 ‘장보기’ 기능도 더했다.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자체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도 연동된다. 카카오는 소비자가 카카오톡 채팅창을 활용해 물건을 고르고 주문한 뒤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챗봇’ 기능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용제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네이버는 충성 검색 사용자를 바탕으로 기존 온라인쇼핑몰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앞설 수 있으며 카카오 역시 편리한 대화형 커머스 서비스를 통해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005930)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70% 안팎)라는 우월한 지위를 무기로 커머스 시장에 발을 디뎠다.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입력해두면 간단한 생체(지문·홍채)인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수 있는 ‘삼성페이’가 선봉장 역할을 했다. 3월부터는 삼성페이 앱(응용 프로그램)에 G마켓·현대백화점·위즈위드 등에 올라온 상품을 표출해 사용자가 바로 쇼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IT 기업의 적극적인 커머스 시장 진출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하면서도 판매 상품의 질과 배송 서비스 차별화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온라인쇼핑몰이나 대형 유통업체가 가진 상품수급 능력과 네트워크를 능가해야 확실한 차별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병언 숭실대 IT유통물류학과 교수는 “많은 소비자가 되도록 빨리 물건을 받아보고 싶어하는 만큼 효율적인 배송 시스템을 갖춰야 커머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