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한 달째를 맞는다. 허둥지둥 조기 대선을 치르고도 숨 쉴 틈도 없이 달려온 문 대통령의 1개월은 그야말로 일과의 전쟁이었다.
문 대통령은 거의 매일 새로운 국정 이슈를 던지며 청와대와 정부·국회·언론·시장을 긴장시켰다. 어느 대통령이라도 취임 초는 바쁘기 마련이지만 문 대통령은 주어진 상황에 수동적으로 휘둘리기보다는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 정국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야말로 국정 급행열차를 타려는 듯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스로 성미가 급한 편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는데 실제 업무 스타일에 그러한 성품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취임 후 한 달은 ‘파격’과 ‘원칙’ ‘감성’이라는 키워드로 압축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는 국민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한때 90%에 근접하는 국정 지지도 달성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격식의 파괴, 인선의 쇄신, 국정의 개혁은 파격 코드를 대표하는 3박자였다. 취임 직후 곧장 국회로 달려가고 과도한 경호를 자제시키며 시민들과 직접 스킨십하는 모습은 대중에게 신선함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다. 취임 후 불과 아흐레 만에 마련된 5당 원내대표들과의 회동 자리에서도 초청받은 인사들보다 최장 10분 먼저 나와 기다리는 등 전례를 찾기 힘든 예우로 정치권을 대했다. 인선은 한층 더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관료계에서는 ‘6두품’ 취급을 받아온 7급 공채 출신의 이정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을 청와대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비서관 자리에 중용하는가 하면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처럼 지난 정부에서 발탁됐던 인사라도 능력과 자질을 갖췄다면 경제부총리로 재발탁했다. 비(非)행정고시 출신의 한 경제부처 사무관은 “이 비서관이 중용되는 것을 보고 7급이나 9급 공채로 들어온 동료들이 ‘우리도 열심히 하면 국정 고위직에 오를 수 있다’고 자기 일처럼 좋아하더라”며 “출발점이 다르면 도착점도 달랐던 공직사회의 차별 장벽이 무너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탕평인사를 단행했다.
민주적 절차를 중시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원칙론도 문 대통령의 첫 달을 관통했다. 4대강 사업처럼 많은 논란을 낳았던 사업에 대해 지난달 재감사 방침을 밝힌 점 등은 결과에만 매몰되지 않고 절차적 투명성도 높이겠다는 정책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일부 장관들의 인선 과정에서 위장전입 등의 의혹이 터지자 해당 문제를 포함한 5대 비리 공직 원천배제 약속을 지키겠다며 기존에 내정 수준에 가까웠던 주요 정무직 인사들도 원점에서 재검토해 정계와 관료사회를 뒤흔들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국가 차원의 관리·감독 소홀을 환기하며 직접 사과를 검토하겠다고 나선 점이나 세월호 참사 와중에 숨진 기간제 교사 두 명을 순직 처리하도록 지시한 점은 국민의 상처를 보듬는 감성의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난 한 달은 성과 못지않게 만만찮은 과제도 남겼다.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우다 보니 국정의 효율성 저하나 외교적 갈등을 촉발하기도 했다. 인사 원점 재검토로 청와대와 행정부의 주요 정무직은 예상보다 2~3주가 더 지나도록 신임자가 지명조차 되지 못한 채 남겨져 있다.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국내 반입 과정도 투명하게 하겠다며 공공연히 사정 칼날 앞에 세우다 보니 상대방인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불안 요인이 증폭됐다. 문 대통령은 파격적인 예우로 국회를 존중하던 모습을 연출했으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여당 지도부와의 불통, 파격적인 인선 당사자들에 대한 야당의 반발을 무릅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처럼 인사 지연과 협치 미완, 외교불안의 과제는 문 대통령이 6월 임시국회와 한미 정상회담 등을 치르게 될 하반기 첫 달의 최대 키워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