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러시아군 정보총국

만파2




버락 오바마 정부 막바지인 지난해 12월 말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고 러시아 정부 소유 시설 2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선거에 개입했다며 보복조치를 취한 것. 미 재무부도 관련 혐의로 러시아군 정보총국(GRU)을 포함한 5개 기관과 이고르 코로보프 GRU 국장 등에 대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거래를 금지했다. 냉전 종식 후 그늘에 가려진 GRU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다.


GRU의 역사는 러시아 혁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레닌과 함께 볼셰비키 혁명을 이끈 레온 트로츠키의 지시로 1918년 창설됐는데 트로츠키는 혁명 완성을 위해 영국 등 서방국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GRU를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후원자인 트로츠키가 권력 투쟁에서 밀려났지만 오히려 GRU의 위상은 높아졌다. 경쟁 관계였던 국가보안위원회(KGB)는 해외정보국(SVR)과 연방보안국(FSB)으로 쪼개졌으나 GRU는 건재했다. 2006년에는 95억루블(약 1,880억원)을 들여 모스크바에 새 본부를 지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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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GRU의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다. 일본이 소련 침공 대신 자원 확보를 위해 동남아 등 남방으로 진격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전세 역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GRU 공작원 리하르트 조르게의 일화는 유명하다. 냉전기에도 군사 관련 정보 수집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GRU는 지금도 인적 네트워크와 통신감청, 위성 영상 정보를 총동원해 해외 첩보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GRU가 미국 대선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극비 보고서가 최근 미국 언론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GRU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의 투표 시스템을 해킹하려 했다는 것이 내용이다. NSA가 보도를 사실로 인정하고 법무부는 보고서 유출자를 기밀유출 혐의로 기소하는 등 파장이 커지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상원 증언을 코앞에 두고 터진 ‘GRU 개입’ 불똥이 어디로 튈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러시아와 거리를 두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또 악재를 만났다. 꼬리를 무는 ‘러시아 스캔들’에 트럼프가 어떤 대응을 할지 궁금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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