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탈핵론이 가린 원자력 발전의 진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韓원전 위험하다 주장하지만

다중 사고대처설비 갖춘 상태

미세먼지 대응책으로도 탁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난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신고리 5, 6호기의 공사중단 결정을 유보했다. 안전성, 경제적 파급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신중히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으로 많은 국민들에게 환영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국정기획위는 탈원전 정책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차질없이 추진한다고 했다. 이 정책기조가 만들어진 더불어민주당 대선캠프에서는 원자력의 유익과 문제점을 분명히 아는 원자력 전문가가 아예 배제된 채 탈핵만 선이고 정의라는 인지편향이 탈원전 공약 결정의 기저를 이뤘던 것 같다. 그런데 비등한 탈핵론에 가려져 잘 안 알려진 사실들이 있다.

첫째, 우리나라 원전은 탈핵론자들의 주장만큼 안전하지 못한 게 아니다. 경주 대지진 이후 대다수 국민은 원전의 지진 안전성에 대해 불안해한다. 하지만 지난 1960년대 후반 이후 지금껏 세계적으로 약 580기의 원전이 건설돼 누적 가동연수가 1만7,100년에 이르렀지만 여태껏 지진으로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심각했던 동일본대지진 때도 후쿠시마 제1발전소를 제외한 일본 동해안의 다른 원전들은 다 안전했다. 다만 쓰나미의 범람을 막지 못했던 제1발전소에서 비상 디젤발전기가 침수되는 바람에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났으나 그 최악의 상황에서도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과 미국에는 내진설계 기준의 두 배 이상 규모의 지진이 왔어도 잘 견뎌낸 원전 사례가 많다. 원전에는 다중의 사고대처 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 강한 지진이 오더라도 영화 ‘판도라’에서처럼 원자로 격납건물이 폭파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는 없다.


둘째, 탈원전이 세계적 조류는 아니다. 탈핵을 추진하는 국가는 독일·스위스·벨기에·대만 정도다. 이 네 나라에서 가동 중인 원전 수를 다 합치면 26기다. 그런데 이미 36기를 보유한 중국은 21기를 건설 중이고 11개국에 30기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최근 10기 건설을 승인했고 영국은 13기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99기의 원전을 보유한 미국에는 40년 넘게 가동한 것이 44기나 되지만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92%에 이를 만큼 아주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 더군다나 약 20기의 원전은 60년 넘어 80년까지 가동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심지어 이제 일본마저 원전제로 정책을 폐기하고 오는 2030년 20%의 원자력 발전을 위한 원전 재가동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가 원전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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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원전의 경제성은 여러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타 전원에 비해 탁월하다. 탈핵론자들은 수백조원에 이를 수 있는 사고보상 비용을 감안하면 원전이 경제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변하나 이는 실현되지 않은 미래 위험에 대한 추정비용이므로 이를 다 비용에 포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직도 국민소득 3만달러에 도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경제와 산업을 더 성장시켜야 하고 앞으로 닥쳐올 제4차 산업혁명 시기에 더 필요할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원자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대응에는 원자력 만한 것이 없다. 가스 발전도 답이 아니고 재생에너지 발전의 길은 멀다. 아무쪼록 새 정부의 전력정책 결정 과정에서 원자력 전문가와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이 함께해 균형 있고 다각적인 검토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지금 잘못된 결정으로 수년 뒤 전력요금 인상과 함께 심각한 전력부족 사태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탈원전정책의 공론화를 통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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