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은 8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증언에서 ‘러시아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요구에 대해 “명령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코미 전 국장은 FBI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지휘하다 지난달 9일 전격 해임된 뒤 한 달여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중단 외압을 폭로했다.
이와 함께 코미 전 국장은 자신의 해임 직후 “트럼프 정부가 FBI가 혼란에 빠져있고 형편없이 지휘됐으며, 직원들이 리더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함으로써 나와 FBI의 명예를 훼손하는 선택을 했다”며 “그것들은 의심할 여지 없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 대화를 메모로 기록한 배경에 대해 “솔직히 그가 우리의 만남의 성격에 대해 거짓말할 것을 우려했다”며 “그래서 그것을 기록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은 8일(현지시간) 연방수사국(FBI)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중단 압력을 넣고 개입했다는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증언은 사실이 아니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크 카소위츠 변호사는 이날 코미 전 국장의 의회 증언 후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공식이든, 실질적이든 코미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플린 전 보좌관을 포함한 누구에 대한 수사도 코미에게 중단하라고 지시하거나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카소위츠는 또 “대통령은 코미에게 ‘충성심이 필요하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한 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코미의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수사를 결코 방해하려고 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코미 전 국장이 사전 공개한 7장짜리 발언문에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세 차례 회동, 여섯 차례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과 함께 대통령이 최측근이자 러시아 내통 의혹의 핵심인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중단 및 충성 맹세를 요구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FBI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코미 메모’를 폭로한 언론 보도와 관련 의혹들을 사실로 확인한 것이다. 코미 전 국장은 또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는 점을 인정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표해 자신을 둘러싼 ‘먹구름(러시아 커넥션)’을 걷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코미 전 국장의 이번 폭로로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커넥션’ 수사 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미 정국에는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특검 수사와 별도로 ‘트럼프 탄핵론’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민주당은 트럼프가 충성 요구 속에 “플린을 놓아달라”고 한 발언이 대통령 탄핵 사유인 ‘사법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탄핵여론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사법방해란 미 연방법에 규정된 범죄행위로 법 집행기관의 사법절차에 부정하게 영향을 미치거나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 등을 뜻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단체인 ‘믿음과 자유 연맹’이 주최한 워싱턴 컨퍼런스 연설에서 ‘코미 증언’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싸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거짓말하고, 그들이 방해하며, 그들이 증오와 편견을 퍼뜨릴 것”이라며 “그러나 옳을 일을 하는데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간 내통 의혹을 둘러싼 코미 전 국장의 폭로와 특검 수사 등을 사실상 염두에 뒀다. 그는 또 “우리는 포위돼있다” 면서 “우리는 결국 어느 때보다 더 크고, 잘하며, 강해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