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상승에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떨어졌지만 투자기간이 짧은 ‘초단기 채권’에는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다.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단기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채권형 펀드 중 초단기 채권형에는 1조5,247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전체 채권형 펀드에서는 1조7,004억원이 빠져나갔으며 국공채권(1조8,961억원), 회사채권(22억원), 하이일드채권(470억원), 일반채권(1조2,345억원) 등 초단기 채권을 제외한 모든 유형에서 자금이 순유출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개별 종목 중에는 ‘유진챔피언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의 자금 유입세가 가장 컸다. 해당 펀드에는 연초 이후 9,01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어 ‘동양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 ‘하나UBS파워e단기채증권자투자신탁[채권]’에도 각각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인 초단기 채권(ETF 제외) 13개 종목 중 8개 종목에 연초 이후 자금이 유입되는 중이다.
초단기 채권형 펀드는 국공채·회사채 구분 없이 투자적격등급채권(BBB- 이상) 가운데 듀레이션(투자 회수기간)이 6개월 안팎으로 짧은 채권에 투자한다.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형 펀드에서는 자금이탈이 가속화했다. 코스피 선전으로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채권형 펀드에서는 환매가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수록 채권형 펀드 인기도 떨어졌다. 하지만 초단기 채권은 안전자산이면서 단기에 환매가 가능해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도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위험자산을 회피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최운선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분기에 미국 시장금리가 올랐지만 한국은행의 정책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단기물의 금리가 하향 안정화(소폭 하락한 후 횡보하는 모습)했다”며 “펀드 포트폴리오에 채권이 담겨 있는 경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단기 성향의 채권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규모만큼 수익률은 높지 않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동양단기채권증권투자신탁(채권)’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1.13%에 그쳤으며 대부분이 마이너스를 겨우 피하는 수준의 수익을 내고 있다. 단기물인 만큼 자금 유입과 환매가 함께 이뤄진 탓이다. 최 연구원은 “단기채 펀드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채권형 중 중·장기물에 가입하면 평가 손실을 낼 수 있어 단기물로 몰리는 만큼 차익실현보다는 수익률 방어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